한미일중 ‘투 트랙’ 전략으로 北 개방정부 세우자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50일만에 2차 핵실험을 했다.

이번 핵실험은 그동안 강공 드라이브를 걸어온 벼랑끝 전술 과정에서 북한이 일단 마침표를 찍은 것 같다. 김정일은 미국 오바마 정부 등 국제사회를 향해 “이래도 우리를 무시할 거냐?”라며, 카드게임으로 치면 못말리는 ‘조커’를 꺼내놓았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 배경은 물론 ‘핵보유국 지위 획득’이 근본적인 이유다. 김정일은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국제사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길 원한다. 김정일은 그 길을 따라 왔고 지금도 계속 가고 있다.

그동안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등 김정일의 벼랑끝 전술을 무시하거나 유엔을 활용하여 ‘법대로’ 처리하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김정일 정권이 미국에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고, 미북 관계개선도 하고, 한미동맹도 파기하라며 공식, 비공식적으로 계속 요구해왔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뻔히 보이는 김정일의 속셈에 장단 맞출 수도 없었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는 발등에 떨어진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데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김정일의 생떼까지 들어줄 여유도 없었다. 최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외교 관련 청문회 등에서 일체 북한 관련을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김정일은 미국 ‘메모리얼 데이'(우리의 현충일에 해당)에 맞춰 2차 핵실험을 감행하여 미국 코트로 북핵문제 공을 넘겨버린 것이다.

지난해 김정일이 뇌중풍을 맞은 이후부터 예민해진 김정일의 ‘자기보호 본능’은 대외적으로 과도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1차적인 이유는 북한 내부 사정, 다시 말해 2012년을 목표로 안정된 3대 세습체제 진입을 위한 체제결속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25일자 데일리NK 분석 기사 및 칼럼 참조). 김정일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북한 핵보유국 지위 확보’가 안정적 3대 세습체제를 위한 물질적 기초로 간주하고 있다.

두번째는 미국과의 새로운 방식의 양자협상을 통해 체제안보, 한미군사동맹 파괴 및 경제지원을 도모하는 이른바 ‘통 큰 협상’을 벌이고 싶은 것이다.

김정일의 복안은 제2차 핵실험을 분수령으로 하여 기존의 6자회담 틀을 깨버리고 오바마 정부와 ‘새로운 합의’ 또는 제2의 ‘합의의 틀'(Agreed Framework)을 만드는 협상구도로 가보려는 계획인 것 같다. 말하자면 미국과 양자협상을 끌어내 ‘핵보유국 자격’으로 미북간 대등한 협상을 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팔을 비틀어 경제지원을 받아내고, 중국의 외교적 지원을 받아내는, 내용적으로는 뻔히 보이는 낡고 피곤한 사이클을 되풀이하려는 것이다.

다만 협상의 구도를 미국과 양자협상에 국한하고, 한국은 철저히 배제시키는 전술이다. 다시 말해 협상구도는 ’94년형 한반도 프레임’을 추구하면서, 내용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놓고 미국과 협상을 벌여 미군철수, 한미군사동맹 파기로 가보자는 것이다.

특히 최근 북한의 통일전선부 등 전통적인 대남부서가 약화되고 오극렬 국방위원이 대남사업을 관장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대남사업이 김일성이 지시하고 군대가 주도한 1960년대 유형과 일정부분 유사한 측면이 있다. 군대가 대남사업의 주도권을 갖게 되면 주한미군 철수, 한미군사동맹 파기를 집중적으로 요구할 것은 거의 명약관화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번에도 김정일의 의도대로 핵을 매개로 한 ’94년형 한반도 프레임’이 그대로 먹힐 것인가? 이같은 질문에 선뜻 답변하긴 어렵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하자,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이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다”며 “핵무기 개발은 국제평화와 안보에 위협”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후 세계의 핵무기를 없애는 핵정책을 추구하겠다는 언명을 이미 몇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미국과 러시아가 먼저 핵무기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언급도 했다. 이 말은 구체적으로 핵비확산체제(NPT)가 깨지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김정일 정권은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하려 하며, NPT 체제를 깨려고 한다. 미국으로서는 북핵문제가 NPT 체제 유지의 갈림길이나 비슷한 것이며, NPT 체제를 유지하면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설사 북한과 직접협상을 한다 하더라도 6자회담 틀을 계속 유지하는 한도내에서 진행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더 고립될 것인데, 김정일은 중국의 외교적 지원을 얻어내려고 할 것이다. 특히 올해는 북중간 외교수립 60주년이며, 올초 1월 23일 김정일은 지난해 와병 이후 220여일 만에 첫 접견자로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왕자루이를 택해서 외교행보를 재개했다. 결국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중국의 영향력이 계속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25일 한국정부는 한미일 공조와 유엔차원에서 대응키로 결정했다. 옳은 수순이다. 한국은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전면참여, 미국의 핵우산 제공 문제, 전시작전권 문제 등 군사분야에서 한미동맹 전열정비를 선행하면서, 유엔제재 차원에서 김정일의 수령독재 통치자금을 집중적으로 죄어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6자회담을 통해 핵폐기 프로세스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거두절미하고 다시 한번 깊이 새겨야 할 게 있다. 김정일 정권이 개방정부로 바뀌지 않는 한 북핵 해결은 어렵다는 사실이다.

핵무기는 김정일 수령정권 유지의 생명선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또 북한 핵의 ‘주인공’은 김정일이다. 북한 핵을 폐기시킬 수 있는 당사자도 김정일뿐이다. 김정일이 끝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면, 외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강제로’ 핵을 없애는 방법밖에 없는데, 북한 핵을 없애기 위해 전쟁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에는 현실적으로 옵션 제한성이 있다.

반면 국제사회의 체제개방 요구와 북한인권 제기는 외부 세계와 대한민국 국민들이 주인공이다. 김정일이 체제개방을 하도록 개방 요인들을 북한 내부로 밀어넣는 것은 외부에서 할 수 있다. 핵문제처럼 ‘김정일 의존 요인’이 없다. 북한의 체제개방은 모든 북한문제를 풀어가는 가장 중요한 경로이다.

전략이 성공하려면 상대의 약한 고리를 집중적으로 일관되게 두들겨야 한다. 김정일 정권이 갖고 있는 약한 고리는 시장확대 등 체제개방 요인과 탈북자를 비롯한 북한인권 문제다. 핵문제는 김정일 정권의 대외전략에서 볼 때 약한 고리가 아니라 강한 고리에 해당한다. 따라서 핵문제는 두들기면 더 강해지는 속성을 갖는다. 따라서 상생 공영정책을 수행해가는 과정에서 핵문제만을 겨냥하여 두들겨서는 김정일에게 갖다 바쳐야 할 파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한미일은 핵문제 해결과 병행하여 반드시 개방 이슈 및 인권문제를 내세워야 한다. 다시 말해 한·미·일·중은 핵문제 해결 노력(트랙 A)과 함께 ‘북한 개방화 전략’(트랙 B)이라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가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한국이 ‘간사’ 역할을 맡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를 한방에 해결하는 묘약은 없다. 핵문제가 정권 자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칼럼을 통해 누차 강조해 왔지만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현 북한정권을 개방정부로 바꾸지 않는 한 해결은 어렵다. 국민과 언론, 정부는 여기에 더 주목해야 하고, 특히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 개방화 전략을 위한 대안 제시에 주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