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과 남북관계 동시 관리능력이 관건”

참여정부에서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낸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11일 최근의 작전통수권 환수 논란과 관련, “건설적인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서로 흥분하지 말고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나라의 이익과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작전통수권 환수 문제를 한미 동맹의 ’와해’가 아닌 ’새로운 방식의 동맹의 시작’으로 인식의 수준을 달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문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시 작전통제권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평가해달라.

▲ 감정적으로 흥분하지 말고 원점에서부터 생각해보자. 작전통수권 환수로 한미 동맹이 와해되는 지 부터 따져봐야한다. 전제를 분명히 하자는 얘기다. 난무하는 구호를 제거하고 본질을 살펴보자. 지금은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나라의 이익과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건설적인 토론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우선 ‘정적 노무현’과 ‘국군통수권자이자 국가원수인 노무현’의 존재를 구분해야 한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으로, 헌법적 권리를 부여한 것 아니냐.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나타나는 동맹의 형식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전에 말하고 싶은 것은 프랑스는 미국과 함께 나토의 일원이었지만 이라크에 파병하지 않았다. 국내 여론의 합의를 배경으로 시라크 대통령이 미국과 정당하게 외교적 대응을 한 결과다.

미국 대통령 앞에 자국 지도자가 떳떳하려면 국내 여론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고 연일 부채질하는 일부 국내 언론은 국적을 상실한 매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제를 실체적으로 접근해보자. 한국군이 작전통수권을 환수하는 것이 한미 동맹의 와해로 연결되는 것이냐. 국제사회의 동맹은 다양하다. 한미 연합사령부처럼 ‘통합형’인 경우도 있고 다국적 국가가 연합하는 나토형도 있다.

그리고 일본처럼 병렬형 동맹도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인지적 동맹’이라고도 한다.

작전통수권 환수 문제는 본질적으로 말하면 동맹 운영 방식의 문제다. 한국의 경우 지난 50년간 유지해온 통합형 동맹이 서서히 변화하려 하고있다.

작통권을 환수해 연합사령부가 해체될 경우 한국과 미국 군이 독자사령부를 유지하는 병렬형 동맹으로 전환하게 된다. 지금 그런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동맹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동맹 방식의 시작으로 인식해야 한다.

한국군의 전투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새로운 동맹방식이 유효하다고 정부는 판단해서 작전통수권 환수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이견이 있다면 이를 지적하면 된다. 이를 논리적으로 비약해서 ’한미동맹의 와해’로 몰고 가는 것은 정파적인 시각에서 사태를 몰고가려는 의도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한국군의 현재 모습이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 우리 군의 현실을 보자. 지상군 50만에 해공군은 각각 5만에 불과한 기형적인 모습은 무엇을 말하는가. 지난 50년간 미국에 의존한 기형적인 구조를 유지해온 결과 아닌가. 그런데 미국의 해외주둔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군통수권자로서 당연히 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미리 대비하자는 참여정부의 메시지가 현재 전해지고 있는가. 그런 것을 먼저 전달하고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

미군의 전략변화에 대비하는 한편 대북 억지력과 동북아에서의 불특정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한미 동맹을 추구하자는 메시지가 토론 주제가 돼야한다.

–미국의 전략이 바뀐다는 뜻은.

▲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 미국의 군사전략은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현재 ’동맹의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냉전형 동맹의 해체, 다시말해 붙박이군이 아닌 신속기동군으로의 재편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른바 ’럼즈펠드 독트린’이 바로 그것이다. 주한미군은 냉전형 미군의 전형이었고 따라서 미군의 재편 대상에서 먼저 거론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자는 의미가 강하다.

–자주라는 개념이 요즘 논란 대상이 되고 있다.

▲ 자주라는 것은 절대적 의미와 상대적 의미로 구분할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해 어느 국가도 절대적 자주란 있을 수 없다. 한국적 의미의 자주에도 역사적 맥락이 있다.

1970년 이전까지는 ‘방어적 자주’였다. 미국이 한국을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애원하는 ’절규하는 자주’라고도 할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미국이 주한미군 7사단 병력을 빼려 할 때 내각 동반사퇴로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박정권은 미국을 상대로 작통권 환수를 때마다 주장하는 성향도 보였다.

노태우 정권 시절의 자주는 ’상황적 자주’라 할 수 있다. 앞선 전두환 정권 시절 ‘광주사태’의 잔재도 남아있는데 사회는 민주화로 급변했다. 민주화 흐름이 확산되는 ’상황’에 편승하기 위해 노태우는 전시든 평시든 작전통수권 환수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렇다면 현 정부의 자주 개념은.

▲ 노무현 정권 하에서의 자주는 ’준비형 자주’로 말할 수 있겠다. 앞서 말했듯 현재 미국의 군사전략은 변하고 있다.

과거 우리는 우리가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단독 행동’으로 곤혹스러웠던 적이 적지 않다. 한국전쟁과 관련이 있는 ’에치슨 라인’이 있고 ’아시아 방어는 아시아 사람들이’라는 명분을 내건 1969년 닉슨 독트린과 미국과 중국의 데탕트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의 상의 상대가 아니었다.

카터 행정부의 1977년 미군 철군 결정 때도, 1990년대초 ’넌-워너 감축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김영삼 정부 시절 한반도를 전쟁으로 몰고 갈뻔 했던 ’페리 프로세스’에서도 한국이 참여했다는 증거는 많지 않다.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누가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가.

따라서 현재 미군의 전략이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우리가 먼저 준비를 하자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자주’ 개념으로 이해된다. 오히려 변하려는 상대를 애써 무시하고 준비하지 않을 경우 위기가 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대미(對美)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 노대통령의 기본철학은 ’한반도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데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맹은 어느 동맹이든 일방적인 것은 없다. 미국이 자선사업하러 한반도에 군대 보내는게 아니다. 미국이 목표하는 자기 이익이 있다. 한국도 한미 동맹을 통해 국가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또 동맹은 공동의 적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도 그렇고 현 시점에서 공동의 적은 북한이 주요 대상이다. 그런데 현재 한미간에 북한을 인식하는데서 근본적인 간극이 있다. 이는 본질적 문제다.

노 대통령과 현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을 관리하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통령과 정부를 두고 미국과 한국내 보수세력은 “동맹을 버리고 북으로 가려고 하느냐”고 한다. 그렇다면 참여정부가 한미동맹과 남북관계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느냐, 그것이 관건이다. 보수 세력은 동시 관리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나를 택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한 인식은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한미 동맹과 관련해 노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 지금 일부 보수 언론이 지적하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맹점은 ‘미국은 여기 군대 주둔시키는 것을 기본적으로 싫어하는데 우리가 정성들여서 애원하니까 현상 유지한다’는 인식이다. 그건 말도 안된다. 매우 순진한 생각이거나 애써 본질을 외면하고 목적을 위해 상황을 왜곡하는 것이다.

일부 언론이 부각시키는 것처럼 현 정부는 ’한미 동맹을 와해하자’는게 아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의 보도를 보고 있자면 노무현 대통령은 중남미의 차베스나 카스트로 같은 지도자로 여겨진다. ‘미국을 몰아내자’는 지도자가 이라크에 우리 군대를 파병하는가. 개념을 분명히 하면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이 제거된다.

–참여정부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이 있을텐데.

▲ 참여정부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물론 대선 승리로 국민들에게 헌법적 권한을 위임받았지만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이 미진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말하는 것처럼 작전통수권을 환수해 동맹의 형태를 바꾸더라도 한미동맹의 본질적인 내용은 변함이 없도록 외교적 성과물을 확실히 담보해야 한다.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사가 해체되더라도 한국군과 미군의 전쟁수행 능력이 변함없이 유지될 수 있다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