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합의,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났다.

회담 결과의 핵심은 ▲북핵불용 ▲평화적 외교적 해결원칙 재확인 ▲북한 핵포기 시 다자안전보장 및 미-북 수교문제 논의 등으로 모아진다.

압축하면,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켜 회담 틀 내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회담 결과는 밋밋해 보인다. 이번 회담은 ‘양국간 북핵 해결 원칙에 대한 재확인’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노 대통령, 북핵 프로세스 한국측 입장 부시에 설명한 듯

눈길을 끄는 대목은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한 “오늘 논의는 정말 지난해 우리가 6자회담 테이블에 내놓은 안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언급이다.

지난해 6월 제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은 ‘다단계 포괄비핵화안’을 제안했다. 핵심내용은 북한이 모든 핵폐기 의사를 밝히고 핵동결에 착수하면 중유를 지원하고, 3개월 후 폐기절차에 들어가면 ▲대북 안보보장 ▲비핵 에너지 지원 ▲테러지원국 명단제외 및 경제제재 해제협의 ▲미-북 관계정상화 절차 시작 등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북핵해결 프로세스와 관련한 한국측 입장을 부시 대통령에게 설명했을까? 그런 것 같다. 정상회담 내용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뉘앙스가 담겨 있긴 하지만, 회담 후 부시 대통령은 “(노)대통령의 자문(good advice)에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

매클렐런 대변인도 6월 제안과 한국, 중국의 안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대화내용은 정확히 모르지만, 두 정상은 북한을 복귀시켜 6월 제안을 진전시키는 문제에 관해 좋은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매클렐런의 답변은 6월 제안에 논의의 무게중심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또 반기문 장관은 북한의 회담 복귀와 관련한 ‘대북 유인책’과 관련, “미국은 북한이 회담에 들어오기 전에는 회담 복귀 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그런 문제는 6자 회담 복귀후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3차 6자회담 제안 여전히 유효

이렇게 볼 때 미국은 3차 6자회담의 연장선에서 북핵문제를 다루겠다는 원칙적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북핵문제에 관해 양국간 이견이 없으며 기본원칙에 완벽하게 합의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미가 이 대목이다.
회담의 결과가 밋밋해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친 6자 회담 진행과정에서 ‘북핵불용’ ‘평화적 외교적 해결’이라는 용어를 수도 없이 들어온 탓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제3차 6자회담과 확실히 다른 점은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은 이라크 등 중동문제 해결이 대외정책의 최우선 과제였다.

이제 미국은 중동문제에서 북한문제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에서 북한문제와 관련한 횟수가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북한문제로 ‘관심’이 이동했다는 이야기다.

부시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제1기 행정부에서 개시한 대테러전을 마무리하고 싶어 할 것이다. 2008년 한해 동안의 레임덕 기간을 제외하면 그가 대테러전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은 2년 남짓이다. 이 기간 동안 그는 대량살상무기 등 포괄적인 북한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할 것이다.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도 자신의 임기동안 북핵문제를 깨끗이 해결해야 한다. 북핵문제는 다음 정권으로 이월시킬 사안이 아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과제는 분명해 보인다. ‘핵문제에 관해 양국간 이견이 없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긴밀한 한미공조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장관급 회담은 북핵 한미공조 약속 작은 시험무대

노무현 대통령은 그동안 한미 정상회담 때와 귀국 후의 발언이 뒤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로 인해 한미간 신뢰관계는 크게 손상을 입었다. 만약 이번에도 그런 사건이 발생한다면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미 공조는 확실히 물 건너 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오는 21일~24일 남북 장관급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 회담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어떻게 반영되는지 작은 시험무대가 될 수 있다.

만약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새로운 유인책을 제시하면서, 북한이 요구하는 미-북 양자회담이나 6자회담의 성격변화 등에 동조해주는 듯한 모습을 보일 경우 미국과의 공조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한국정부는 공을 북한에 완전히 넘겨놓는 것으로 족하다. 만약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빌미로 장관급 회담에 나오지 않겠다고 하면 회담을 안 하는 것이 원칙이다. 회담을 구걸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제부터는 대북정책에서 철저히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 원칙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것을 그대로 지켜가는 것이다. 아마추어 정권으로 비판받는 이 정권이 이 대목에서라도 원칙을 지키는 ‘진정한 아마추어리즘’을 한번 보고 싶다.

손광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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