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시각차’ 감지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파장과 상황 등을 평가 분석하는데 한미간에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파장을 진화하고 핵실험 상황에 대한 판단 등에서 일부 혼선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핵실험 이후 한미 고위 당국자들의 접촉이 활발해진 것도 이런 간극을 좁히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9일 심야 전화통화를 했으며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도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에 이어 10일 윤 장관을 접견했다.

◇ 파장 진화 = 핵실험 파장을 서둘러 진화하려는 미측의 행보가 속속 감지되고 있다.

먼저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현행 3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조정하는 문제에 대해 미측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결국 한미는 10일 워치콘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워치콘 3 단계는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초래될 우려가 있을 때 발령되며 우리의 국익에 현저한 위험이 초래될 징후가 보일 때는 한 단계 격상하도록 되어 있다.

워치콘 2단계가 발령되면 한미 양국은 대북 감시.분석활동을 강화하는 등 비상태세로 돌입하게 된다.

오산의 U-2 고공전략정찰기를 비롯한 오키나와현 가데나기지 소속으로 방사능 탐지능력을 갖춘 주일 미군 전자정찰기 RC-135C와 기상관측기 WC-135 등의 비행 횟수를 늘려 대북 정보감시체제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워치콘 2단계를 발령하게 되면 한반도에 위기감을 고조시켜 북한의 핵실험 의도에 말려들 것으로 판단하고 ‘조용한 상황관리’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 국방장관은 지난 9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 “한국이 워치콘 상향조정을 요청했으나 미국에서 `북한의 이상징후가 없어 올릴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고조되고 있는 안보불안감을 누그러뜨리고 북측의 추가적인 도발을 감시 억제하는 노력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는 요청에 대해 미측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설명인 셈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미측 관계자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실험을 하는 것은 예고됐던 순서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조용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상황 판단 = 북한의 핵실험 장소와 핵폭발 위력 등을 놓고도 판단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우리 측은 함경북도 김책시 상평리와 화대리를 핵실험 장소로 지목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함북 길주군 풍계리를 꼽고 있다. 미측은 핵실험 직전부터 길주군 풍계리를 유력한 핵실험 장소로 보고 예의주시해왔다.

한미는 현재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정확한 핵실험 장소를 찾아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미측은 ‘성공적으로 핵실험을 했다’는 북한의 발표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진도 3.6 정도의 지진파는 통상적인 핵실험 충격파보다 약하고 대기중에 방사능 물질이 감지되고 있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현 단계에서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윌리엄 스탠턴 주한 미국 부대사는 10일 네티즌들과의 채팅에서 “핵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며 “핵 실험이 성공적이었다는 북한의 주장을 계속 확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도 9일 “북한의 주장대로 실험이 실시됐다 하더라도 그게 실제 핵폭탄인지, 초보적인 장치(primitive device)인 지는 불분명하다”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재래식 폭발물을 터뜨려놓고 핵폭발로 가장하려 할 수도 있다고 신중을 기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을 인정한 듯한 전날 태도에서 약간 물러서는 모습이다.

송민순(宋旻淳) 청와대 안보실장은 10일 북한 핵실험의 성공 여부와 관련, “종합적 판단은 약 2주 정도 지나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 책임론 = 핵실험을 하도록 상황을 악화시킨 원인이 한국의 햇볕정책 때문인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한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미측 일부 관리들은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핵 합의에 따라 핵 동결을 약속하고도 1990년대 말부터 고농축우라늄(HEU) 핵 프로그램을 추진한 배경에는 햇볕정책에 따른 현금유입이 있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9일 “북한 핵실험 강행으로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 중단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3일 “미국의 반공화국 고립 압살 책동이 극한점을 넘어서 최악의 상황을 몰아오고 있는 제반 정세하에서 우리는 더 이상 사태발전을 수수방관 할 수 없게 됐다”면서 핵실험을 예고한 성명을 발표했다.

프랑스의 르 몽드는 10일 사설에서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벼랑 끝 외교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집권 이래 추진된 미국의 대북정책이 낳은 ‘쓴 열매’라고 규정하면서 핵 보유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 그 반대의 결과를 낳은 만큼 정책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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