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검찰수사 왜 응했나?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18일 체포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가 “검찰의 조작수사에는 응하지 않겠다”며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혀 수사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한 전 총리를 체포한 것은 첫 소환통보가 이뤄진 날로부터 9일 만이다. 한 전 총리는 검찰의 잇단 출석요구에 공개적으로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고 “공작정치”라며 불응 했다.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이후에도 “즉시 집행하라”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검찰과 신경전을 벌여왔던 한 전 총리가 검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한 것은 일단 ‘법치주의’의 원칙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여론의 공세를 고려한 듯하다.


이에 대해 이재교 변호사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법원의 체포영장까지 거부하는 것은 여론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사법질서 자체를 거부하는 인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 저항을 포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변호사는 또 “법집행을 방해하면 정치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 없다”며 “한 전 총리의 그동안의 합리적 리더십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 등을 고려하고 있는 그로서는 ‘불법자금’ 등의 문제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민주화운동의 경력이 있는 그로서는 사실여부를 떠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 동안 한 전 총리는 검찰이 혐의사실을 언론에 흘린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는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소환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법집행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두고 검찰과의 대척점에만 방점을 찍은 셈이다. 때문에 ‘조작수사’에 일단락이 필요했다.


실제 한 전 총리는 검찰로 떠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기소를 전제로 이 사건을 허위로 조작해 진행해 왔고 불법도 저질렀다”며 “이런 짜 맞추기 수사, 허위조작 검찰 수사엔 일체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개된 법정에서 저의 진실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겠다”며 “검찰의 조작수사는 결국 법정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번 사건을 통해 한 전 총리 자신은 충분한 정치적 이득을 획득했다고도 볼 수 있다. ‘법집행을 피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면서 ‘정치검찰’ ‘조작사건’ 등을 부각시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미 민주당의 전폭적 지지를 얻고 있고, ‘한명숙 공동대책위’엔 이해찬 전 국무총리,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등도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정부·검찰 대(對) 한명숙·민주화세력의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한 전 총리의 체포에 대해 이 전 총리는 “한 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체포영장”이라고 성토했고, 권 의원은 “독재 권력의 시녀 역할을 했던 검찰이 이제는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민주주의를 죽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국회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전직 총리에 대해 굳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일련의 모욕주기 행위를 한 것은 정치적 목적 때문 아니냐”며 “검찰이 진행하는 법 추행”이라고 비난했다.


검찰이 한 전 총리에게 두고 있는 혐의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로 재직하던 2007년 초께 곽 전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수사와 법정 공방을 통해 금품수수의 사실여부, 청탁내용 등에 밝혀지겠지만 검찰과 정치권의 공방은 격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전 총리의 ‘프로파간다’가 성공할지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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