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한류(韓流)에 의한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우려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하는 각종 강연회가 오히려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알려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썩어빠진 반동적 자본주의적 사상문화는 우리의 생활 풍조를 병들게 한다’는 내용의 강연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에 일부 주민들은 ‘외부 문화가 뭐길래, 왜 이렇게 (당국이) 호들갑을 떨까’라며 되레 찾아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주민들은 ‘무엇을 해야 한다’는 (당국의) 강연에 ‘저걸 하지 말고, 반대되는 걸 찾아보자’고 역발상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면서 “외부 영상과 서적들을 많이 접한 사람일수록 이런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 주민들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CD녹화기의 출현을 계기로 한국 드라마 등 외부 영상들을 손쉽게 접하게 됐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도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외부 정보의 유입으로 주민들의 의식도 조금씩 변화됐다.
때문에 김정일 때는 한류를 차단하기 위해 109상무 등 각종 감시조가 조직, 외부 영상 시청 단속에 나섰지만, 감시조들은 이를 돈벌이의 좋은 기회로 여기면서 제 주머니 채우기에만 급급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김정은은 우선 감시조들의 검열과 주민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 또한 외부 정보에 대한 강연을 지속하면서 ‘제국주의 사상문화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주민들을 대상으로 당국에서 허용하지 않는 남조선(한국)이나 외국 영상은 시청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강제로 받았다”면서 “또한 강연을 통해 형사 처벌에 대한 엄포도 놓고 있지만 주민들은 그럴수록 더욱 더 외부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국은) 라디오를 통한 외부 정보 유입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라디오 주파수 고정을 신경쓰면서도 소형라디오 구입 차단에 혈안이 되어 있다”면서 “(하지만) 라디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주민들 속에 유통되고 있으며 날이 갈수록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라디오에 대한 주민들의 깊은 선호도도 당국의 주민 강연이 한몫을 차지했다고 한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작년 봄에 진행된 강연에서 KBS, 자유아시아방송, 자유조선방송 등을 통해 라디오를 통한 반(反)공화국 모략선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언급에 방송국들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이라면서 “또한 어떻게 우리 (북한)공화국을 말살하려는지 궁금해서 라디오를 구입하려는 주민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한 당국이 민감 반응을 보이고 있는 외부 서적에 대해서도 직접 구입하려는 주민들도 나오고 있다. “최근엔 300개 이상의 서적이 들어가 있는 메모리(USB, SD카드)를 손전화(핸드폰)을 통해 즐겨보는 젊은층들도 있다”면서 “특히 정주영, 이건희 회장의 회고록은 주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의 어려운 고난은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의 반공화국 압살정책 때문’이라는 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 주민들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소식통은 “주민들 속에서는 ‘외부 정보 유입을 두려워 하기 때문에 죄없는 사람들을 재판도 없이 처형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면서 “강연회를 듣고 온 일부 주민들은 ‘사회주의가 그렇게 우월하다면 왜 정보를 통제하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외부 영상을 보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것도 우상화 선전을 지속 받아온 주민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웃기는 일이었다”이라면서 “외부 자료를 주민들이 보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은 ‘체제가 취약하다는 점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주민 반응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