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협력사업 `봇물’

한국과 러시아가 내년 수교 20주년을 앞두고 정부 차원은 물론 경제.우주과학 등 각 분야에서의 협력사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정부와 기업, 민간 차원에서 교류가 부쩍 늘어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9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가 기존의 `상호 보완적인 건설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것은 짧은 외교 역사를 감안할 때 큰 성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 정치 지도자 중 취임하던 해에 러시아를 방문하기는 이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기업 총수시절 러시아를 수십차례 다녀간 인연도 인연이지만 최근 국제무대에서의 러시아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자원 외교’의 시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양국 정상은 관계 격상과 함께 에너지 자원, 과학기술, 금융 등 26개 협정을 체결했고 이후 양국은 차관급 전략 대화 등을 통해 실무차원의 실천 계획을 짜면서 정상회담 후속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양국 간 교류 협력 사업 중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역시 에너지 분야.

양국 정부는 지난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북한 경유 러시아산 천연가스(PNG) 도입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전력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이 사업의 경제성, 기술성 검토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타당성 조사 계획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동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2010년께 최종계약이 체결되고, 이르면 2015년께 우리나라에서 가스 배관을 통해 공급되는 러시아 천연가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한때 라이선스 문제로 무산 위기에 처했던 서캄차카 유전 개발 사업도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업 재개 양해 각서가 다시 체결되면서 현재 러시아 정부의 탐사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러시아 내 권력 핵심인 이고르 세친 부총리가 지난 18일 거물급 정·재계 인사들을 대거 이끌고 한국을 찾은 것도 양국 관계가 한 단계 진전됐음을 알리는 실례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북핵 6자회담 당사국으로 고비 때마다 큰 역할을 해 온 러시아가 지난 1년간 힘겨웠던 6자회담 과정에서 우리와 보조를 맞춰준 것도 크나큰 외교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외교 당국은 남북한 긴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의장국으로 어느 한 쪽에 편향되지 않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공통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양국이 금융위기에 직면하면서 두 나라 모두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리기는 했지만, 지난해 양국 교역량이 전년대비 30억 달러가 증가한 180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경제분야 협력관계는 공고한 상태다.

러시아는 특히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롯데제과의 제과공장, 현대자동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과 롯데호텔 건립 공사 등 우리 기업의 현지 투자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점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T&G는 모스크바 외곽 칼루가주(州)에 담배공장 건설을 위한 토지 매입 계약을 끝내기도 했다.

또 러시아는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극동·시베리아 개발 사업 등에 한국의 자본과 기술 참여를 원하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 기업 대표단이 러시아 연방과 지방 정부의 협력 하에 극동 지역을 방문, 투자 가능성을 물색한 것도 지난 1년 경제 협력 분야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여기에 지난해 4월 한국 최초 우주인 배출사업을 계기로 한층 가까워진 우주과학 분야에서는 오는 6월 또 하나의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고흥 나로 우주센터에서 러시아와 한국이 공동 개발한 과학위성 `KSLV-Ⅰ’가 발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과학위성 발사는 양국 외교관계 수립 20주년을 미리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친밀도가 높아진 만큼 양국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금융위기로 한국 내 러시아 펀드가 휴짓조각으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우리 투자가들이 러시아 시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정부 또는 민간 차원의 정보교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 투자 기피로 이어지고 결국 양국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가 러시아를 단순한 자원외교의 상대로만 간주해서는 안 되며 호혜적 실질 협력을 통해 상생(相生)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남북한 긴장국면에서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멀게는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러시아와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더 많은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동방학 연구소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한국. 몽골 과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는 지리·정치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관계에 놓여 있다. 현재 양국 관계는 현재 매우 안정적이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와 러시아는 2010년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양국 정상급 인사가 참여하는 개·폐막식을 치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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