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이 또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을 거쳐 제3국으로 가려던 탈북민이 중국 공안(公安)에 의해 체포된 사건이 지난달에만 6건 발생했다.
소식통은 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29일에도 중국에서 탈북민 3명이 공안에 잡혔다”며 “가이드가 (탈북민들과) 접선한 상황에서 체포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에서 2명의 탈북민이 체포된 데 이어 21일 광시(廣西)성 난닝(南寧)에서 13, 18세 청소년이 포함된 4명, 같은 날 선양(瀋陽)에서 2명, 지린(吉林)성 통화(通化)시에서 2명이 각각 중국 공안의 단속에 걸려 구금된 상태다. 또 지난달 25일에도 선양에서 남성 2명과 여성2명의 탈북민이 모처에 있는 숙소에서 대기하던 중 공안이 들이닥쳐 체포됐다.
이와 함께 지난 4월에도 9세 여아가 포함된 탈북민 7명이 중국 선양에서 공안에 체포된 바 있다.
소식통은 “최근 중국 공안 당국에 의해 체포되는 사건이 너무 많아 브로커들이 탈북민을 새로 받기도 어려운 상황”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도 “중국 당국에 의한 탈북자 체포된 사건이 최근 연달아 있었다”며 “관련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탈북민들이 북송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두세 달 사이 중국에서 탈북민이 체포돼 북송 위기에 처하는 사건이 많아진 것은 탈북 자체가 증가해 북중 국경지역에 불법 체류 중인 탈북민이 늘어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소식통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산에 숨어 있기 편하기 때문에 탈북이 증가하는 게 통상적”이라며 “게다가 지난 3월 10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때문에 발이 묶여 있던 사람들까지 넘어오면서 4, 5월에 도강(渡江)자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엔 한국에 먼저 나온 탈북자들이 북쪽에 가족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엔 한국에 가족이나 지인이 없어도 혼자 탈북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사도 안되고 농사도 잘 안 됐으니 가만히 앉아서 죽는 것보다 차라리 탈북해서 죽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지역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들이 최근 경제가 침체되자 장사로 돈을 벌기가 힘들어지면서 생계를 위해 탈북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한편 탈북민 구출 사업을 하고 있는 복수의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중국 소식통은 최근 중국 공안의 탈북민 체포에 몇 가지 특이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은 갈렙선교회 대표는 “중국 난닝이면 베트남에 인접 지역인데 여기서 잡혔다는 건 그 뒤를 다 밟았다는 것”이라며 “핸드폰을 사용하면 위치를 추적해 특정 장소에 들이닥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소식통도 “최근 체포 건들을 보면 비밀 숙소에 공안이 들이닥쳐 잡히는 일이 많았다”며 “중국 공안이 탈북민들이 대기하는 숙소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왔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달에 일어난 탈북민 체포 6건 중 4건이 숙소에 대기하다 공안이 갑자기 들이닥쳐 체포된 건이다.
소식통은 “이동 경로를 아는 누군가가 위치 정보를 중국 공안에 흘렸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브로커들끼리 경쟁을 벌이면서 서로를 밀고하고 이에 따라 공안에 체포되는 일이 많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관련 사안을 예의주시하면서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한 필요한 조치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