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교과서를 받지 못한 북한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올해 학교들에 ‘중앙 교육비품 관리소’에서 분배되는 교과서들이 학생 수에 비해 한참 모자랐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내 한 초급중학교에서 수학 교과서는 한 학급(30~35명)당 15~20개, 영어 교과서는 10개 정도 보급됐다고 한다. 약 60% 학생이 영어 교과서 없이 수업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현상은 평양시를 제외한 다른 지방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도 “청진시의 한 시골마을 학교의 초급중학교 1학년 학급에서 영어 교과서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서 다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교과서가 부족한 원인에 대해 소식통은 김정은 체제의 ‘교육 강화’ 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꼬집었다.
소식통은 “원래 영어 교과서는 크기와 부피가 작았고 개수가 모자라지 않았는데, 김정은이 정치에 나서면서 일반 중학교에 영어교육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떨어지고 새 교과서로 바꿔지는 통에 곤란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뀐 교과서는 원래 제1중학교(간부 자녀 및 수재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만 쓰던 건데, 크기도 더 크고 부피도 커서 책을 찍자면 외화를 들여 종이를 사와야 하는데 어려운 나라 형편에 가능하겠냐”라고 덧붙였다.
특히 학부형과 학생들이 부족한 교과서를 얻기 위해 한 달째 부지런히 여러 시장을 돌아다녀봤지만, 소용없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컴퓨터로 제작한 흑색 교과서들이 가끔씩 나돌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컴퓨터로 소책자를 마구 찍어내는 것은 삐라를 찍는 행위와 같이 엄하게 취급하겠다’고 엄포를 놓아서 그것조차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과서 배분 우선순위에 대한 기준도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소식통은 “학습과 조직생활을 잘하는 순서가 아니고 배급을 안 받는 교원의 가정생활에 도움을 주고 학교에서 제기하는 부담도 잘 도와주는 부모를 둔 학생들에게 먼저 준 것”이라고 말했다. 선생님이나 학교에 자금을 댄 부모의 자녀를 먼저 챙겨줬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교과서를 받은 학생과 없는 학생들이 같이 보도록 한 책상에 앉히긴 했다”면서 “얻어 보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가끔씩 빌려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설움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학부형들 속에서는 “교과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냐, 우리나라 형편에서는 언제 이런 걱정이 없어질지 모르겠다”는 푸념과 함께 “이렇게 가난한 나라를 만든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자책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소식통은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
한편 북한은 2012년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 실시’에 대한 법령을 채택한 이후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전면 개편했고, 2014년부터 새 교과서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