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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경제, 2차 교육∙복지, 3차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이어 4차 종합 토론을 끝으로 한나라당 대선주자 정책토론회가 막을 내렸다. 정당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대선후보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정책토론회는 정책 검증을 통해 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의도에서 한참 빗나갔다고 할 수 있다.
정책대결의 장이 후보간의 비방전으로 번져가고, 정책토론회를 빌미로 한 캠프간 험한 설전은 정책토론회 흥행실패의 주요한 원인이 됐다. 더불어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범여권에는 야권 후보에 대한 공세의 장에 자연스럽게 편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28일 강재섭 대표는 “과도한 검증 공방에 대해서 당내외의 우려가 이제는 비난으로 돌변되고 있으며 정권교체에 대한 희망마저 앗아갈 정도”라고 진단했다.
강 대표는 이어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당도 이제부터 행동 대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읍참마속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주자간 다툼을 더 이상 지켜만 보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李-朴 지지율 격차 줄어…범여권 검증 공세 빌미 제공
정책토론회는 후보들간의 지지율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40% 이상의 지지율 고공행진으로 일찌감치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했던 이 전 시장은 대표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타후보의 집중견제에 시달리면서 ‘경제 전문가’라는 이미지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다만, 검증 공세가 집중되면서 경선 경쟁을 통과한다면 본선에서 범여권의 공세에서 상대적으로 ‘맷집’이 강화되는 효과도 가져왔다. 이 전 시장도 이날 “네거티브가 들어온 것은 부당하고 음모라고 생각하지만 일찍이 나와서 해명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대비할 만한 법적 근거와 모든 것이 밝혀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토론회의 최대 수혜자는 역시 박근혜 전 대표다. 이 전 시장과 최대 20%의 지지율 차이를 보였던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 공세를 주도하면서 지지율 격차를 최대 한 자릿수까지 줄이는 성과를 얻었다. 캠프 내에서는 역전의 발판 마련이라는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분위기로 한층 고무되어 있다.
하지만, 공세에 집중하면서 당 분열을 부추겼다는 당내 일각의 비판이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또 상대적으로 비켜서 있는 ‘정수 장학회’ 등 자신의 검증 공세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저격수’ 홍준표 의원은 존재감을 알리는 계기가 된 반면, 젊은 주자 원희룡, 고진화 의원 등은 뚜렷한 정책적 대안을 어필하지 못하면서 입지 구축에 거의 영향이 없었다. 특히, 고 의원은 이념적 편향을 보이는 한계를 보였다.
정책토론회는 1차전이다. 당 검증위원회의 본격 검증이 시작되는 내달부터 후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