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다시 뒷걸음질’…’포퓰리즘’에 빠지다

한나라당의 ‘한국노총 껴안기’가 노골화되고 있다. 노조 전임자 무임금과 복수노조 허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정을 두고 노·사·정 합의까지 스스로 허물고 있다. 노사정 합의에서 후퇴한 ‘당론’까지도 부정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안홍준 의원을 비롯한 소속 국회의원 11명은 22일 사용자가 ‘동의’하면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줄 수 있게 하고, 복수노조는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하자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노사정 합의(4일)와 정반대다. 한나라당이 8일 당론으로 정해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과도 다르다. 오히려 “노조 전임자 임금은 노사 자율로 하고, 복수노조는 즉각 시행하자”는 노동계 일각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노사자율의 이름으로 노조 전임자 임금을 회사에서 지급하는 현재의 관행대로 가자는 것이다. 노조집행부의 봉사직이 아닌 권력으로서의 변질을 사실상 묵인하겠다는 것이다. 전임자 임금문제는 노조의 정상화라는 차원에서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앞서 한나라당은 개정안에서 노사정 합의에 없었던 ‘통상적인 노조 관리 업무’에 대해서도 임금을 주자는 판단기준이 ‘모호한’ 내용을 포함시켰다. 사실상 전임자 임금지급의 길을 열어뒀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노총 껴안기’ 편법은 결국 경영계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안 의원 등은 기업 규모별로 1~15명의 전임자를 둘 수 있게 하고 임금을 주자고 제안했다. 교섭, 협상 등 노사가 공동으로 처리하는 업무에 한해 처리시간을 일한 것으로 인정해 급여를 주는 ‘타임오프제’ 도입은 반대했다.


사업장별로 정해진 전임자 수를 초과하더라도 사용자가 임금을 3년간은 줄 수 있게 하자(처벌 유예)는 내용도 넣었다. 복수노조는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토록 했다. 다만 근로자 3분의 2가 동의하면 단체협약으로 신규 노조 설립을 제한할 수 있게 했다.


안 의원 등은 개정안 제안 이유서에서 “구체적 시행방안에 대해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단 한나라당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참고할 사안이지 당론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개별적 행동’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안 의원 등이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을 비롯한 최근 한나라당의 개정안이 표심(票心)을 겨냥했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정부와 노동계의 ‘극한 대립’에 따라 ‘표’ 이탈을 염려해 중재에 나섰던 한나라당이 ‘노사정 합의’까지 허물며 ‘포퓰리즘’에 빠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이 무색할 정도다. 집권여당이 기업 생산성과 국가 이미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을 놓고 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결과를 고려해 국익을 져버리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정한 법안 처리 시한(28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정치 후진성의 상징인 ‘포퓰리즘’에 머물 것인지 국익을 우선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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