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통일부장관은 28일 “나는 현재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통일부 존속에 매달리고 있다”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통일부 통폐합안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국회에 가서 5분 정도 이야기하게 된다. 장관으로서 존속의 당위성에 대한 나의 소신을 밝힐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통일정책은 우리 민족과 국가, 평화를 위한 상징적인 정책”이라며 “통일부를 폐지한다는 것은 남북통일을 지향하는 헌법 4조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제, 경제 강조하는데 앞으로의 경제동력을 남북관계에서 찾지 않고 어디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이한구 정책위 의장은 이날 BBS불교방송 아침저널에 출연 “헌법정신에 충실하기 위해 대북정책을 잘하려고 외교부와 통합하는 것”이라며 “대북경협은 경제부처가, 북한 정보 수집은 국정원에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장은 “통일부가 하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외교부가 하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정부가 나서는 건데 어느 부처가 담당하느냐는 관계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 첫날인 28일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는 내달 25일 전에 개정안이 최대한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대통합민주신당에 협조를 당부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국회는 새 정부의 주춧돌을 놓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정부조직법을 비롯한 국익과 민생과 관련된 법안들이 원만히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신당 역시 큰 방향에서 총론에 동의한다면 새 정부가 잘 출범할 수 있도록 선배 여당 입장에서 화끈하게 협조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총리, 장관 인사청문회를 포함한 여러 가지 산적한 민생법안들도 많이 있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이와 함께, 같은 당의 홍준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난 1998년과 2002년 정권을 넘겨줬을 때도 새 정부에서 정부조직법을 개편했다”며 “야당이 정부조직을 시비한 전례가 없다”고 대통합민주신당 등을 압박했다.
다만 그는 통일부 존치 문제와 관련해선 “통일부 흡수 통합에 부정적 여론이 있는 만큼 그런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존치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도 “원내 다수당인 신당이 통일부 존치를 강력 주장하고 있고, 노무현 대통령도 거부권 검토를 시사하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개편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통일부 문제를 양보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한 각당의 입장차가 워낙 커서 설연휴(2월6~10일) 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