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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3일 한 특강에서 “국제 상황은 사실상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지만, 헌법 3조 영토 조항이 지켜져야 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안에서는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박 전 대표의 주장은 최근 한나라당 대북정책 테스크포스(TF)팀이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는 방향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TF팀이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헌법 3조 영토조항을 수정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국가적 성격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유엔 가입국이고, 남북합의서에서도 잠정적 특수관계로 규정한 만큼 국가성을 모두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북한과의 통일 과정에서도 1국가 1체제 2개의 지역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따라서 국방-외교권을 한국이 계속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영토조항은 고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만, 중국과 홍콩의 관계처럼 북한 지역에 내치와 관련된 자치권을 주는 방안이다.
이번 박근혜 대표의 발언도 이러한 맥락과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박 대표는 “북한은 UN회원국이고,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이 수교문제를 논의하는 등 국제적으로 국가로 인정되고 있다”면서도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상황에서 볼 때 이는(북한 국가 인정) 임시적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표 발언에서는 최근 한나라당 대북정책 수정 기류에 대한 반발감이 묻어난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의 북한 실체 인정 움직임이 헌법 제3조를 무력화시키거나 폐지 방향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걸려는 보수적 입장이 담겨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당 내부에서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나,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 우리가 당사자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실체를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일 체제 이후 한국 주도의 통일이 명확한 상황에서 북한의 신정권과 주민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상호이익에 부합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유엔이나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이미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차관 제공을 언급하는 등 북한을 협상의 당사자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수정을 예고하고 있는 대북정책에선 북한에 대해 헌법에 규정된 사실과 실제 대하는 것과의 간격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 ‘평화통일정책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황진하 국제위원장은 “검증과 토의를 충분히 해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내비쳤다.
황 위원장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당의 지도적인 인물의 발언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뒤 “당의 대북정책 수정 방침은 최근 북한이 긍정적 자세를 보이고 있어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오면 돕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고, 북한이 폐쇄적으로 나가지 말라는 주문이었다”며 원칙론을 폈다.
황 위원장은 “북한을 협상의 실체로 인정하는 것과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면서 “당 내 검증과 토의를 충분히 거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또한 그는 “현재 우리가 북한을 ‘북한 당국’으로 명명하는 것도 실체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