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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공동선언이 나온지 올해로 7년째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남북 최초 정상간 합의를 성사시켰을 때 한반도는 금방이라도 통일 로드맵으로 진입할 기세였다.
7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는 북한 핵문제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정치적 이전투구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당시의 남북간 훈기는 온데 간데 없고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도 반토막이 났다.
이런 가운데 통일운동 단체와 범여권을 중심으로 6.15공동선언을 한반도 평화체제의 이정표로 삼기 위해 국가기념일로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회에는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제출됐다. 배기선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결의안에는 현역 의원 161명이 서명했다. 한나라당 원희룡, 고진화, 배일도 의원도 참여했다.
그러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부 우익단체는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엄포를 놨다. 뉴라이트 진영에서는 6·15선언을 실패한 접근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찾을 수 없고, 핵위기와 남남갈등의 후폭풍이 훨씬 크다는 지적이다.
14일 기념일 제정을 주도한 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을 만나 기념일 지정 추진 배경을 들었다. 배 의원은 바쁜 시간을 쪼갰지만 국가기념일 지정을 자신하는 시종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6·15선언 기념일 제정 정치적으론 이미 통과”
배 의원은 “이미 정치적으로는 통과됐다”며 “한나라당도 세 분밖에 사인 안 했지만 심정으로는 많이 공감했다. 단지 시기상조라는 분, 당론과 차이를 보여서 자제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날 6·15선언에 대해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공동선언문에 포함된 이산가족 문제조차 지금까지 아무런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배 의원은 “6∙15공동선언 기념일 제정이 바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주춧돌을 만드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미루거나 회피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배의원은 북한이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우리는 이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 식대로 ‘6∙15남북공동선언’이라고 했다. 저쪽만 ‘우리민족끼리’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을 쓰면 일부에서 북에 끌려가는 것처럼 보니깐, 우리가 좋은 표현으로 입맛에 맞게 남북공동선언 기념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 의원은 북한 핵실험으로 6·15선언은 파기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리의 파트너는 북쪽 밖에 없다. 문화, 체제, 살림살이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극복해 나갈 수 밖에 없다. 고생스럽더라도 참아야 한다”며 인내론으로 대응했다.
“북측도 평화 번영 중요하게 생각”
이어 “북측도 평화 번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국이 북한 정권의 실체만 인정하면 뭐든지 다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이 어떤 때는 떼도 쓰고, 공격적 자세도 보이지만 그 사람들도 자기 생존과 체제 유지를 위해 그런다”며 북측의 태도를 적극 감싸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북한에 5억불이 제공된 것을 문제삼으며 ‘6∙15 남북공동선언은 돈을 주고 샀다’는 주장에 대해 배 의원은 “언어도단”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만약 그렇다고 하면 (우리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통일비용을 들인) 독일 국민들은 바보 중의 왕바보인가”라면서 “그에 비하면 우리들은 괜찮은 것이다. 공동선언을 이끌어 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도 세계인 모두가 이러한 노력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6∙15행사에 쌀 지원 유보 결정을 내린 남한 당국을 초청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인도주의 원칙이 국제사회의 합의보다 우선”이라며 “결혼(통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하례도 중요하지만 두 사람(남북간)의 의사가 더 중요하다”고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배 의원은 “북한이 6∙15선언을 통해 정치적 체제 안정과 정치 발전의 계기를 만들고 국민 복지나 생활의 향상의 목적과 평화 통일로 가고자 하는 사이에 약간의 정치 문화적 차이나 의도에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끌려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약간의 차이만 강조하다가 밤낮 싸우면 되겠는가”고 반문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6∙15공동선언 국가기념일 제정 추진하는 이유를 듣고 싶은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7∙4공동성명, 노태우 전 대통령 당시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공동선언을 3대 남북 공동선언이라고 보는데 그게 맥락을 죽 이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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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6∙15공동성명을 통해 남북간 행동 원칙이 아주 구체화 됐다. 통일을 남북간의 결혼이라고 치면 일종의 남북 간의 약혼식 비슷한 거라고 본다.
그 전의 7∙4공동성명이나, 기본합의서는 양가의 상견례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다가 약혼식을 하니깐 사실상 훨씬 책임 있는 행동으로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간의 교류협력과 경제협력, 군사∙정치적인 협력까지 확대되었다.
-그럼 북한 핵실험은 평화적 제스춰인가.
지난해 북핵문제가 발생해 위기에 빠졌다. 그 동안에 약혼식을 통해 잘 되는 거 같았는데 약혼 깨질 거 같은 상황이 온 것이다. 이 문제는 지금도 잠재돼 있다.
약혼의 본질은 평화와 번영이다. 남북간 공동 번영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과 행동에 합의해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한반도 동북아 허브의 그림들이 그려지고. 유엔 사무 총장이 나오는 등 (평화와 번영이)구체화되는 상황에 위기가 왔지만, 이 상황을 계속 유지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끌고 가기 위해서라도 공동선언은 지켜져야 한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창출하더라도 이 상태는 계속 돼야 된다.
–지난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우리민족끼리 날’ 제정을 촉구했다. 또 한총련 등 친북 좌파세력들이 6∙15를 ‘우리 민족끼리의 날’로 선포하며 투쟁하고 있는데 정치권의 이번 기념일 제정 움직임이 친북좌파세력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누구한테 힘을 실어주고 안 실어주고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통일은 국민들의 합의와 동의 속에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이나 정부 지도자들은 중매쟁이 나 주례 역할을 할 뿐, 신랑 신부는 양쪽의 국민이다.
우리는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우리 식대로 ‘6∙15남북공동선언’이라고 했다. 저쪽만 ‘우리민족끼리’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을 쓰면 일부에서 북에 끌려가는 것처럼 보니깐, 우리가 좋은 표현으로 입맛에 맞게 남북공동선언 기념일로 한 것이다. 여론 조사를 보면 국민의 60%이상이 공동선언을 지지하는데 그 힘으로 추진하고 있다.
-‘6∙15공동선언은 돈 주고 산 합의’라며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언어도단이다. 만약 그렇다고 하면 독일 국민들은 바보 중의 왕바보다. 그에 비하면 우리들은 괜찮은 것이다. 공동선언을 이끌어 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도 세계인 모두가 이러한 노력을 인정한 것이다.
-북핵 ‘2∙13 합의’ 불이행에 따른 정부의 쌀 차관 유보 결정에 따라 북측에서 진행되는 6∙15행사에 남한 당국자들의 초청을 거부했는데.
쌀 지원은 기본적으로 인도주의 원칙에 따른다. 2∙13기본 합의는 국제사회 합의 절차다. 다 존중해야 된다고 보지만 우선 순위를 매기면 인도주의 지원이 우선이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주변 협력의 두 트랙이 동시에 잘 굴러가야 한반도 평화 번영이 잘 돼 결혼식까지 잘 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랑 신부인 남북간의 의사다. 주변의 하례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두 사람의 의사가 중요하다.
-6∙15공동선언이 평화와 번영의 약속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데.
우리의 파트너는 북쪽 밖에 없다. 문화, 체제, 살림살이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극복해 나갈 수 밖에 없다. 평화 번영을 위한 사업들을 날마다 해 나가 주춧돌이 하나씩 쌓여야만 한반도 평화와 남북 번영의 멋진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지금 고생스럽더라도 참고 또 참아야 한다.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가는 것 아닌가.
북쪽에서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하거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저해하는 행위는 용서하거나 수용할 수 없다. 다만 북쪽의 자존심을 지키는 문제, 즉 북쪽 인민의 자존심이나 체제의 최소한의 안전과 자기 자유를 위한 그런 주장에 대해서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북쪽이 너무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이면 문화적 갈등에 따른 불만이 남쪽에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참고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아무리 성질이 나고 대화할 기분이 아니더라도 대화하고 또 대화해야 한다. 조금만 입맛 안 맞는다고 불평하면 어떻게 되겠나.
-참는 것과 쌀 지원 같은 선(先)행동이 어떤 관계가 있나. 북한의 태도변화가 보이지 않는데도 일방적인 구애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지금 우리의 문제는 남북 간에 풀어야 할게 있고 국제 사회가 풀어야 할 게 있다. 우리끼리는 잘 되려고 했는데 밖에서는 잘 안돼서 삐뚤어질 수가 있다. 인내심이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를 다 조율해서 가자고 하는 거다. 쌀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 하는 문제는 바깥에서 문제가 잘 풀릴 수 있는 계기 마련을 위한 담보다.
북핵 등 밖의 문제가 잘 풀리면 우리 내부의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할 계기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좀더 노력을 해서 밖의 분위기를 더 잘 만들어 내려면 우리가 먼저 행동해야 한다. 원칙은 지키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다.
-북한의 ‘우리민족끼리의 날’ 제정 촉구는 통일전선전략에 따른 구상이라는 해석도 있는데.
북측도 평화 번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국이 북한 정권의 실체만 인정하면 뭐든지 다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이 어떤 때는 떼도 쓰고, 공격적 자세도 보이지만 그 사람들도 자기 생존과 체제 유지를 위해 그런 것이다. 북한은 정권과 체제 존재를 부정할 때는 이판사판으로 나온다고 봐야 된다.
북한이 6∙15선언을 통해 정치적 체제 안정과 정치 발전의 계기를 만들고 국민 복지나 생활의 향상의 목적과 평화 통일로 가고자 하는 사이에 약간의 정치 문화적 차이나 의도에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끌려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차이만 강조하다가 밤낮 싸우면 되겠는가?
-한나라당이 집권하거나 그럴 경우, 대북 정책에 차이가 많은데.
한나라당도 당연히 6.15공동선언 기조를 인정하리라고 본다. 때론 속도가 늦어지고 후퇴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공동선언의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상호주의 하자’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 북쪽에서 이 만큼 줬다고 할 때 우리도 그 만큼만준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 조금 더 잘 살고 여유있는 사람들이 생색내지 않고 자발적으로 상대방의 자존심과 가치를 존중하면서 베풀어야 한다.
-기념일 제정의 전망은?
이미 정치적으로는 통과됐다. 한나라당도 세 분밖에 사인 안 했으나 심정으로는 많이 공감했다. 단지 시기상조라는 분, 당론과 차이를 보여서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가 곧 경제다. 남북 관계를 평화적으로 잘 풀어 공동 발전의 계기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6∙15공동선언 기념일 제정이 바로 주춧돌을 만드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미루거나 회피할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