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싸움판엔 아직도下手

16일 한 조간 신문에는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원치 않는’ 기사가 떴다. 북한 노동당 대남사업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유신의 창녀’라는 표현으로 원색적으로 비난했다는 내용이다.

조평통은 14일 <효녀>라는 풍자시를 통해 “아비를 개처럼 쏘아죽인 미국에 치마폭을 들어보이는…더러운 창녀야” “저주 받는 이 아비 뒤를 / 기를 쓰고 따르는 / 갸륵한 효녀야 ‘유신’효녀야!” 로 노골적인 성적인 조롱까지 퍼부은 바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 “북한이야 원래 그런 애들인데, 그런 걸 다뤄가지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뭐가 이득이 있겠냐.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재를 뿌렸지만, 그냥 피해가는 것이 상책이라는 심사다. 그 흔한 논평하나 없다. 16일 당직자 회의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내용은 데일리NK가 최초 보도한 이후에 언론사 사이트와 포털에서 주요 기사로 취급됐다. 마침내 일간신문에도 이 사실이 보도됐다. 쉬쉬 숨기자고 조용하게 놔두는 세상이 아니다. 또 이것이 무슨 흙탕물이라도 튀길까봐 은폐하고 피해갈 문제인가?

한나라당 관계자와 통화에서 ‘떠들어서 득될 것이 없다’는 말을 전해 듣고 직감적으로 한나라당은 싸움을 할 줄 모르는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기다리면 집권할 수 있다는 암묵적 공감대, 보신(保身)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구시대적 사고 여전, 北 강도높여 계속 비난할 것

이해찬 총리의 사퇴로 정치권의 불똥은 최연희 의원 성추행 문제로 유턴했다. 이날 오전에도 열린우리당은 성추행 문제를 두고 논평과 대변인 발언을 쏟아냈다. 최 의원의 탈당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공범집단’이라는 이미지가 여전하다. 이 사태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한나라당은 자칫 여성 유권자들에게 ‘성추행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힐 판이다.

한나라당은 이럴 때일수록 북한의 원색적인 비난에 강력히 대응했어야 했다. 전략을 가진 당이라면 말이다. 야당 대표에 대해 ‘창녀’ 운운하는 발언은 백보를 양보해도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국내 여성 유권자들과 함께 한목소리로 규탄해야 했다. 김정일 정권을 두둔만 해온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야당 지도자에 대한 성적 조롱을 정부와 여당이 계속 방기한다면 오히려 공세는 야당이 쥐게 된다. 여당의 최 의원에 대한 공격도 더 이상 약발이 듣지 않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북한 당국의 발표 즉시 대한민국 여성 모두에 대한 성추행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대처했어야 한다. 이 문제는 사실 당 차원을 떠나 대한민국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

성 추행 문제는 어느 집단에서나 더 이상 쉬쉬할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만은 마치 외부에 알려지면 집안 망신이라는 구시대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앞으로 북한 당국은 더욱 원색적으로 한나라당과 박 대표를 비난할 것이다. 그때 가서야 ‘도저히 안되겠다’는 식으로 나서겠는가? 한나라당은 싸움판에서는 여전히 하수(下手)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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