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북한인권법 제정 취지마저 흔들텐가

한나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 원안(原案)을 민주당의 ‘북한민생인권법안’과 섞어버리는 이종교배(異種交配)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민생법안(案)은 ‘대북지원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먹고 입는 문제를 개선하자’는 기본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민생법안은 사실 태생부터가 법안 자체의 의미보다는 북한인권법 견제용이었다. 2000년대 이후 북한주민들의 참혹한 인권상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대됨에 따라 대놓고 북한 인권개선을 반대하기 민망해지자, 한나라당에 대한 맞불용, 물타기 용으로 급조해 내놓은 것이다.


민생법안은 본질적으로 북한인권문제가 김정일 정권의 폭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상식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들이 밝힌 제안 이유에는 “북한 주민들은 식량 의약품 등의 부족으로 건강화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는 등”이라면서 ‘빈곤’만 탓하고 있다. 오늘날 북한 인권문제의 시작과 종착 모두가 김 씨 일가의 수령독재 유지를 최고의 가치로 놓고 있는 북한정권의 폭정에 따른 것이라는 초점을 일부러 흐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의회는 이미 북한인권법을 각각 제정해 김정일 정권의 폭정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와 연대감을 표시해왔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집권 여당은  원안 하나 만드는 일에도 몇 년 동안이나 시간을 허비하다가 이제는 원안의 취지마저 지켜내지 못하고 누더기 법안으로 만들어가려 한다. 미일보다 앞서는 법안 제정은 커녕 베기끼도 제대로 못하는 판이다. 결국 대북지원을 위한 법안, 햇볕정책을 재탕하는 법안, 북한인권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법안을 만들겠다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북한인권법을 ‘본전도 못 찾는 골치 아픈 숙제’ 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은 여러 차례 확인된 일이다. 2005년 북한인권법을 최초로 대표 발의했던 김문수 경기지사에게는 당내 우군(友軍)도 없이 외롭게 목소리를 냈다. 황우여 원내대표의 지난 시기 법안 추진 노력도 당내 무관심에 철저히 묻혀졌다. 


이런 한나라당이 다시 인권법을 수정하겠다고 나서니 도통 믿음이 가질 않는 것이다. 만약 정치적 절충을 위해 법안 수정이 필요하다면 그 범위는 최소한이 돼야 한다. 북한인권법안이 민주당 안을 뼈대로 추진될 경우 입법(立法) 과정에서부터 개정(改正) 절차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