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NGO 유엔 인권위원회 참관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와 일부 비정부기구(NGO)들은 국제사회의 흐름과 엇갈린 방향을 취하고 있습니다”

제 61차 유엔인권위원회를 참관하기 위해 제네바를 방문중인 허만호 북한인권시민연합 연구이사(경북대 교수)는 북한의 인권과 관련해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NGO들에 비판적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허 이사는 통일 이후의 한국 사회에서 절차적 민주주의와 제도적 다원주의가 보장되지 않다면 통일은 의미가 없다며 현재의 북한 사회는 변해야 하고 인권상황도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측이 마카림 위비소노 인권위 의장(인도네시아)와의 막후 접촉을 통해 결의단 대신 의장 성명을 채택토록 노력하고 있는 것과 관련, 허 이사는 북한은 결의안 이행에 전혀 협조치 않고 있다며 의장성명은 설득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허이사는 제네바에서 `북한인권위원회’, `주빌리(희년) 캠페인’, ‘국제기독교연대’, ‘헬싱키 인권재단’, ‘국제인권연맹(FIDH) 구미의 인권 NGO들과 대북 결의안의 통과를 위해 분주한 접촉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2003년과 2004년 체코의 프라하와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북한인권 국제회의에도 참가한 바 있다. 다음은 허 이사가 귀국을 앞두고 보내온 유엔인권위 참관기.

『오는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제61차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의제는 21개다. 그 중 북한과 관련하여서는 개별국가의 인권문제를 다루는 11번 의제와 지난해 2차 결의문에서 지적한 7개 주제에 대해 논의가 예상되고 있다.

그 중 제일 먼저 관심을 끌었던 것은 지난 3월 29일 오전(현지시간)에 있었던 위팃 문타본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보고와 그에 대한 북한정부의 반응이다.

문타본 특별보고관은 북한정부의 비협조로 현지조사를 실시할 수 없었던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많은 자료를 모으고, 정부와 NGO 및 국제기구 관계자들을 접하고, 몽골을 방문하여 탈북자들을 직접 면담하였으며, 일본을 방문하여 납북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등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다.

문타본 보고관은 아시아 인권 전문가답게 북한의 인권상황 전반에 대해 소상하게 균형된 시각을 견지하며 보고를 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 대표부는 북한의 적대세력이 지난 반세기 동안 해온 심리전 내용과 같다며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올해 유엔인권위에서는 유럽연합(EU) 의장국인 룩셈부르크와 일본이 주도하여 3번째 대북 인권개선 촉구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유엔 인권위에 4월 11일에 상정하여 4월 15일 표결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이번 결의안의 초안은 북한의 인권상황 자체에 대해서는 지난해의 2차 결의문과 비슷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 특지이다. 다만 북한정부에 대한 촉구 내용과 향후 대책은 강도가 높다는 것이 주목을 모은다.

결의안은 우선 북한정부에 대해 민주적 다원주의, 법치와 함께 국제적 인권기준에 부합하고, 모든 수준의 의사결정과 집행에 시민사회가 참여 할 수 있도록 하며,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기관을 설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유엔 회원국으로서 당연히 실천해야 될 사항들이지만, 북한의 현 정권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주문이라고 하겠다. 관점에 따라서는 미국의 ‘2004년 북한인권법’ 보다 더 노골적이 체제 변경 시도라는 비난을 예상할 수도 있다.

또한 올해의 결의안 초안에서는 북한정부가 계속 특별보고관과 협력하지 않고, 인권이 신장된 것이 관찰되지 않으면 유엔총회를 비롯한 여타 유엔 기구들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다루어야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는 북한정부에게 유엔헌장에 기초한 더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역시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는 결의안 작성에 전혀 협력하지 않았다. 그러나 거의 방임·거부하는 자세를 취했던 과거와는 달리 금년에는 의장단에 접근해 결의안 보다 의장성명(Chairman statement)을 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는 등, 3차 결의를 피하기 위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의장성명은 상황이 현저히 개선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북한정부가 지난해의 2차 결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유엔 인권위와 협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장성명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정부와 NGO관계자들이 제 61차 유엔 인권위를 참관하기 위해 혹은 대북 결의안이 자신들의 희망대로 준비되어 채택되도록 하기 위해 제네바에 왔다.

이 가운데는 기술적인 의제 선택을 통해 북한이 세 번째 결의를 피할 수 있기를 바라는 NGO관계자들도 있었지만, 지난 해와는 달리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아전인수식의 해석을 제시하며 결의안을 수정, 좌절 시키려는 모습은 엿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의 인권 NGO들의 주선으로 공개총살형을 집행하는 비디오를 본 한 서방측의 인권위 참석자는 왜 한국정부가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느냐고 물을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 행사를 준비했던 영국의 한 인권 변호사는 북한이 지난 수 십년 간 저지른 대량학살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것을 다음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 호응을 얻고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한국의 경우, 현재와 같이 국제사회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입장만 고수한다면 이 또한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한국의 입지를 좁힐 뿐만 아니라 북한의 인권신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정부와 NGO들도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 그들에게 국제사회의 흐름을 알리고 개선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된다고 본다.

북한이나 남북한 관계에 대해 우리는 다양한 견해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전제해야 될 것은 통일된 한국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은 절차적 민주주의와 제도적 다원주의가 보장되는 사회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북한 사회는 변해야 하고, 북한의 인권상황은 조속히 개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일이 될 수도 없을 뿐 더러, 통일이 되어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3년 연속 준비된 유엔 인권위원회의 대북 결의가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시키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는 모든 역량을 모아야 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