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보가 종북세력에게 유린당한 날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진보신당 탈당파들이 합당을 선언하고 ‘통합진보당’이라는 당명을 내걸었다. 말이 합당이지 참여당과 진보신당 탈당파들이 내년 총선에서 의회 진출을 위해 진보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노동당에 올라탄 꼴이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대표나 과거 진보신당의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씨는 국민들이 진보인사 중에서도 각별히 아끼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적 욕심 때문에 진보적 가치를 배반한 민노당에 투항하고 말았다. 민노당은 노동자, 농민, 소외계층의 대변자로 자신들을 포장하지만 사실상 NL노선에 입각한 종북정당임은 부인할 수 없다.


국민참여당은 자신의 정강 정책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의 삶을 당원의 삶과 당의 정치적 실천을 규율하는 거울로 삼을 것이다”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유시민의 국민참여당은 스스로 ‘노무현’의 이름을 더럽혔다. 민노당은 한미FTA를 추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역적이나 되는양 취급한 사람들이다. 노무현은 이념적 좌파노선을 걸었지만 종북노선과는 하등 상관이 없었다.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가 2008년 민노당을 뛰쳐나오며 국민들에게 했던 말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종북주의자들과는 ‘진보’를 논할 수 없다며 당을 깨고 나온 사람들이 이제와 함께 탈당한 평당원 동지들을 버리고 민노당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들이 주장하던 이 땅의 진보는 과연 어디에 내팽개쳐진 것인가.


이들은 마석 모란공원에서 문익환 목사의 묘소를 참배하고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고개를 숙였다. 이것 또한 기가 막힌 ‘비극’이자 ‘희극’이다.


이들이 문익환 목사에게 절을 올릴 염치나 있을까. 문익환 목사는 한국의 급진 주사파 세력들 때문에 삶의 마지막 여정에서 얼마나 절망했는지 1990년대 초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에 있었던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문 목사 사망 당일에도 범민련 간부가 찾아와 분열주의자라며 삿대질을 한 사실도 있다. 문 목사를 향해 변절자니 수정주의자니 가당찮은 ‘딱지’를 붙여 비난, 매도하고 고립시키려 했던 자들이 바로 종북세력이다.


야권에서는 통합이 유행인지라 이들은 1차로 ‘소통합’을 이뤘다며 의미 부여에 바쁘다. 내막을 모르는 국민들이 통합을 반기니 벌써부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단꿈에 젖어 있다. 7석을 20석으로 만들어 교섭단체 정당이 되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여세로 민주당 및 기타 야권 세력과도 통합 내지는 후보 단일화를 주도해 대선 승리의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이 그저 정치적 욕심과 이해관계의 조합이라는 점, 진보의 가치를 저버린 퇴행적 야합이라는 점을 국민들이 모를 리 없다.


국민들도 이제는 민주노동당이 왜 최근 간첩단 사건마다 휘말리고, 3대세습을 비판하지 못하고, 연평도 공격도 이명박 정부 책임이라고 떠드는지 알고 있다. 김선동 의원 같은 사람을 영웅시 하고 한미FTA협정을 ‘을사늑약’에 비유하며 ‘불평등 조약’이라고 선동하는 것이 결코 우연한 발상이 아니다. 계급적 갈등을 부각시키고 복지포퓰리즘으로 없는 사람들을 현혹하지만 결국 종북주의 한계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을 각인할 날도 멀지 않았다.


이런 정당과 유시민이 손을 잡는 것이 과연 노무현 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정당과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같은 사람이 손을 잡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 진보 역사의 정도(正道)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대한민국 정치사는 2011년 12월 5일을 진보정치세력이 역사와 국민 앞에 단합된 힘으로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자찬했다. 단연코 헛소리다.


이날은 유시민, 노회찬, 심상정이 민노당에게 백기 투항한 진보 수치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금배지와 권력을 향한 욕심이 20-30년간의 진보운동 이력을 한 순간에 흩뜨려 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회의감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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