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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데이비드 호크 선임고문은 한국에서 진보라고 불려지고 있는 좌파세력들이 북한 인권에 침묵하는 태도에 대해 “한국의 진보는 진보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크 선임고문은 9일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열린북한방송이 공동주최한 ‘미국과 한국의 진보 그리고 북한인권법’ 토론회에 참석해 “한국의 진보는 북한인권법에 찬성하되 인권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가지고 한국 내 보수 세력과 공론의 장에서 경쟁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과 한국의 진보 그리고 북한인권법’ 자료집 바로가기
그는 “미국의 진보는 ‘인권 있는 포용 정책’(engagement policy), 미국의 보수는 ‘포용 없는 인권정책’(human rights without engagement)을 표방한다”고 강조하며 “한국의 진보는 ‘인권 없는 포용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는 미국 진보의 ‘인권 있는 포용정책’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호크 선임고문은 이어 “진보적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남북 간의 평화가 정착되거나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이 향상된 이후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그것은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전 민노당 정책실장)은 “한국의 좌파운동은 남한 체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키우는 한편 소련, 북한이라는 국가의 시각에서 왜곡되거나 변명(합리화)된 여러 사고 지향을 가지게 되었다”며 “이는 근대적 인간관계의 철학인 인권에 개안(開眼)하는 것을 늦추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 기획위원은 한국의 좌파세력들이 북한인권에 침묵한 역사적·사회적 원인으로 ▲북한 체제에 대한 숭상, 민족주의적 국가관 ▲‘교류하지 않는 금단의 땅’으로 인식 ▲남한의 인권 문맹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직도 친북주의자들은 “북한이 인류가 이룬 최고 최선의 사회라 신봉하며, 북한 인권이 매우 낙후하다는 지적이 거짓 선전이거나, 상대주의적이지 못한(제국주의적이고 절대주의적인) 비난이라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이 기획위원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은 매우 폭넓고 다양하다”며 “북한뿐 아니라 인권이 낙후한 여러 나라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접근은 자유권과 사회권 중 어느 한쪽만을 지나치게 앞세우지 않는 총체적이고 균형 잡힌 방법과 더불어 일회성의 선언이 아니라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는 “유럽 좌파도 소련 인권 문제로 분화되었다”며 “북한 인권 개선 주장 좌파의 등장은 한국 좌파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대표는 “이제 한국 좌파도 북한인권법의 세부 내용은 비판할 수 있으나 그 자체를 반대하지는 말아야 한다”며 “종북주의자들을 제외하고 북한인권법 합의를 위한 좌-우 사회적 논의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가 참여해 북한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좌파의 시각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