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좌파가 ‘liberal’? radicals(과격세력)로 불러야”

1. 나는 공산주의가 나쁜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2. 좋지 않은 사상, 나쁜 사상에 대해 인간은 반대해야 한다.


첫 번재와 두 번째 논리를 전개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세 번째에 ‘그래서 나는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를 주장하는 것이 3단논법에 맞는 논리 구사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1과 2를 인정하면서도 정작 결론에서 ‘반공(反共-공산주의를 반대한다)이 좋지 않다’는 논리적 오류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현실이다.   


반공과 반공주의는 구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 식자층에는 사전적 의미의 반공마저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히려 ‘반공’을 부정하는 것이 지식인 답다고 여기는 분위기마저 형성돼 있다.  


‘반공’이란 표현과 같이 사상과 관련된 용어에 대한 부적절한 사용이나 인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혼란도 작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사상 관련) 용어 사용이 부적합할 경우 국민들의 사회 인식과 사유, 사회적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양 교수는 최근 ‘사상과 언어'(북앤피플)란 책을 출간해 우리사회에서 잘못 사용되고 있는 사상·정치 용어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했다.


양 교수는 “반공은 부도덕한 것도 시대착오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여건에서는 반공은 도덕적이고 상황에 적합한 것이며, 국가의 장래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반공을 이용해서 비민주적인 일이나 부도덕한 일을 하는 것은 비판해야 하겠지만, 반공 그 그자체에 대해 과장·조작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반공을 반대파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던 매카시즘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인 양 교수는 “사상·정치 용어에 각별한 관심을 갖게된 이유는 일부 사상운동세력들이 전술적으로 고의성을 갖고 사상 용어를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용어 사용이 부적할 경우, 국민들의 사회인식과 사유, 사회적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책에서 주장했다. 


인류역사의 진행방향에 반대되는 즉 반동(反動)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진보세력’으로 호칭되고 있고, 자유 민주주의에 반대되는 사상과 경력을 가진 좌파 인사들이 ‘민주인사’로 통칭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기형적인 사상 용어를 관찰하고 각 용어의 등장 및 유래, 유행, 본질적 의미와 문제점 등을 집중적으로 파해쳤다.


양 교수가 제기한 부적절한 용어는 우리 사회 이념 지형을 관통하고 있다. 그는 책에서 부절하게 사용되는 정치 용어로 ‘이데올로기와 이념’, ‘좌익과 우익’, ‘진보와 진보주의’,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보수주의와 신보수주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참여민주주의’, ‘반공과 매카시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민중주의와 민중민주주의’ 등을 꼽았다.


좌익=진보, 우익=보수 호칭 역시 부적절한 정치 용어로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좌익=사회주의세력, 우익=자본주의세력이라는 세계 공통의 용어법을 우리 사회에서도 1970년까지 사용해오다가 1990년 초 갑자기 보수는 우파세력, 진보는 좌파세력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마르크스주의 또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한국사회 진보세력을 칭할 때 흔히들 미국 민주당의 정책 노선을 설명하는 ‘liberal’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매우 잘못된 용어 사용이라고 지적했다.


즉 사회주의 세력이 미국에서도 정권을 장악하는 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을 줘 한국에서 진보세력을 자처하는 세력이 집권을 하게 되더라도 미국 민주당 행정부의 정책과 대동소이한 정책을 펼 것으로 오해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회주의세력 및 동조세력들을 지칭하는 ‘radicals(과격세력)’란 표현이 대한민국 진보세력에게 타당한 호칭이라는게 양 교수의 주장이다.


‘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지한다’는 표현은 자신의 사상적 입장을 숨기고 싶을 때 쓰이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인지, 프로레타리아 민주주의인지, 또한 자유시장경제인지,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인지 대척되는 의미를 지닌 표현을 뭉개고 있기 때문에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사회 정치인들, 언론인, 심지어 교수들까지도 ‘진보’ 용어의 연장선상에서 ‘진보주의’ ‘진보주의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진보주의라는 고유의 사상은 없기 때문에 이런 용어 사용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보수주의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보수주의는 자유주의, 사회주의와 함께 현대의 3대 이데올로기이지만 한국 좌파들이 주장하는 ‘진보주의’라는 사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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