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과욕을 버려라

남북 당국자 간 실무회담(차관급회담)이 연장전까지 이어진 지루한 논의를 마치고 공동합의문에 합의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다. 북한에 대한 비료지원은 내일 당장 시작하기로 했고,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장관급 방북단을 보내고 제15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6월 21~24일 서울에서 열기로 했다.

남북 간의 회담결과를 놓고 어느 쪽의 승패를 따지는 것이 썩 바람직하진 않지만, 굳이 살피자면 북한의 판정승이다. 북한의 대남사업 부서는 이제 남한을 다루는 데에는 도가 튼 것 같다.

남한의 내부 속사정을 훤히 알고 이를 미끼로 흥정을 시작한다. 북한이 필요한 건 비료였고, 남한이 필요한 건 대화채널이었다. 대화채널의 이면에 ‘정동영 장관’이 존재한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 동안 모욕을 줄 만큼 준 정 장관에 대해서 이제는 ‘봐준다’는 듯 각종 장관급 행사에 합의해주고 비료를 가져갔다. 그 단순한 합의를 해주는 데에도 밤을 새고, 하루 정회를 하면서 남측의 애간장을 태웠다.

북, 달면 삼키고 쓰면 버린다

누차 이야기했듯 우리는 남한이 대북 대화채널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북한 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풀면 된다.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고 있고 핵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대응하면 된다.

북한과 대화채널을 유지한다 해도 ‘우리의 우려를 전달하는 것’ 외에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 있나. 이는 이번 남북회담에서도 분명히 확인되었다. 북한은 핵문제와 관련해 남한을 대화 상대로도 생각지 않는다.

이제 장관급 방북단을 보내고 장관급 회담을 한다고 한다. 정 정관이 평양에 가서 멋있게 사진을 찍으며 자신의 정치적 인기를 높이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비난여론을 잠시 피해보려는 북한의 전술에 이용만 당하다 가치가 떨어지면 언제가 다시 버려질 것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가차없이 버리는 것이 북한이다. 아직도 이것을 모르나.

대화채널에 연연해 할 필요없다

남북 간의 대화채널이 막히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대화채널이 없어도 한반도는 상시적 전쟁 분위기에 휩싸여 있지 않았고, 대화채널이 활발하게 굴러가던 때에도 ‘서해교전’ 등 북한의 도발은 끊이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원칙을 갖고 북한을 대하는 것이다. 지금의 원칙은 국제사회의 핵 관련 규약은 물론이고 남북 간에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까지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북한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핵 폐기를 강제하는 것이다.

정부 수립 이후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절실한 때다. 그런데 지금 남한 정부는 철저한 팀플레이가 요구되는 때에 특별한 개인기도 없으면서 하프라인을 넘나들며 굳이 개인플레이를 하려는 운동선수와도 같다.

헛된 욕심을 버리고 본래의 포지션으로 돌아오라. 김정일 정권과 맞서 싸울 시간도 부족한 판에 이렇게 남한 정부까지 걱정해주는 데 소모하고 있으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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