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엔 北인권결의’ 또 기권하면 어떻게 될까?

▲ 61차 유엔총회 대북인권결의안 표결 장면

유엔총회의 대북인권결의안 표결이 이르면 16일 이뤄질 예정이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EU(유럽연합) 25개 유엔 회원국과 미국 일본 등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북한인권상황의 심각성을 우려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유엔총회에 상정했다.

유엔총회 결의안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191개 유엔 회원국들에게 북한정권의 비도덕성과 북한 인권문제의 심각성을 공론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크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두 번째로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된다면 북한 핵실험 후 안보리에서 채택된 제재결의 1718호와 함께 북한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

◆ 무슨 내용 담고 있나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대북인권결의안은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 매춘, 영아살해, 외국인 납치 등 그동안 거론된 북한인권문제를 모두 적시하고 북한에 대해 “자국민의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철저히 보장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올해 제출된 결의안에서도 북한 내 광범위하고 심각한 고문, 비인간적 대우, 공개처형, 불법 구금과 여성·아동·노인·장애인·난민의 인권침해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인권에 포괄적 조사를 벌여 1년 후 62차 총회 때 북한인권에 관한 광범위한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조사 결과를 총회에 보고하고 있다.

결의안은 또한 강제적 실종 형태의 외국인 납치와 관련된 국제사회의 우려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북한 당국은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납치 문제의 해결은 일본 정부가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채택 역사

지난 2003년 4월 제 59차 유엔인권위에서 최초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됐다. 당시 EU가 상정한 결의안은 53개 위원국 가운데 찬성 28, 반대 10, 기권 14표로 채택됐었고, 한국은 투표에 불참했다.

1차 결의안에서는 ▲탈북자들에 대한 처벌금지 ▲외국인 납치 문제의 투명한 해결 ▲식량분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유엔 산하기구 등 국제인권단체들이 북한 전역에 자유롭게 접근하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엔인권위는 다음해 4월 제 60차 회의에서 EU의 상정으로 2차 결의안을 또 다시 채택했다. 찬성 29, 반대 8, 기권 16표로 채택된 결의안에서 우리 정부는 기권했다.

당시 최혁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가 표결에 앞서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기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차 결의안보다 내용이 한층 더 강화된 2차결의안은 북한 인권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특별보고관 임명을 요청하는 문구를 추가하고 태국 출신의 법학교수 비팃 문타폰을 보고관으로 임명했다.

한국 정부는 2005년 4월 제 61차 유엔인권위 3차 결의안 투표에서도 다시 기권했다. 3차 결의안은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임기를 1년 연장하면서 보고관이 북한 현지를 방문해 자유롭고 제약 없는 면담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또한 북한측의 태도 변화를 위해 유엔총회를 비롯한 유엔 기구들이 북한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룰 것을 촉구, 그 해 11월 유엔총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대북결의안이 채택됐다.

유엔회원국들이 참가한 표결에서는 찬성 88, 반대 21, 기권 60표로 결의가 채택했다. 우리 정부는 이전과 같이 발언권을 신청해 기권이유를 설명했다.

◆ 한국정부는 이번에도 기권?

유엔 차원에서 총 4차례 채택된 대북인권결의안에서 한국 정부는 그간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이유로 들어 불참, 기권해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까지 실시하는 등 한반도 상황이 악화되자, 더 이상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까지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우리 정부는 올해 신설된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까지 선출됐다.

또 반기문 전 외교부 장관이 유엔 차기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반 차기총장은 12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특수한 사정도 있지만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큰 점을 감안, 앞으로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에 좀더 전향적인 입장을 가지는 것이 바람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통일부 등 정부 당국은 한국 정부의 찬성 표결이 자칫 1년 만에 재개된 6자회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가 14일까지 유엔안보리 제재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대북제재 이행 보고서에도 추가제재를 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함에 따라, 인권결의안에 있어서도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그간 4차례의 투표에서 기권을 행사하며, 대북인권결의안 채택을 주도해온 미·일·EU와 엇박자를 보여왔다. 올해에도 한국 정부가 표결에서 기권하면 대북제재에서부터 인권문제에 이르기까지 동맹국들과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라는 나라가 ‘인권을 무시하는 나라’로 매우 좋지 않은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프랑스가 ‘인권’ 이미지로 외교, 경제, 사회 전반적으로 얻어온 이익은 계량적으로 산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만약 한국이 이번에 또 기권이나 불참할 경우 그 여파가 외국에서 팔리는 한국산 제품의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노무현 정부가 이런 점까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 이미지의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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