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핵협상서 관중 아닌 선수돼야”

남북관계의 소강상태가 길어지고 교착상태의 북핵협상을 풀기 위한 국제노력에서 북한과 미국만 움직이고 한국 정부는 북미협상 결과를 기다리는 것으로 비쳐지자, 남북관계와 북핵협상에서 정부가 능동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현재의 입장과 태도를 ‘방관’ 또는 ‘방치’로 보고 있다.

정부가 남북관계를 북핵협상에 연계시키고, 그 북핵협상은 미국과 북한간 협상 결과에 맡겨둠으로써 ‘선수’ 역할을 포기한 채 구경만 하는 ‘관중’이 되고 있고, 이는 남한의 정권교체와 연말 이뤄질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민감한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21일 코리아연구원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지금 북핵 협상의 무대에선 한국이라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슬그머니 관중석으로 올라갔다”고 주장하고 “언젠가 관중석에서 자신이 선수임을 자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나 그때는 이미 늦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핵 협상서 한국이 움직여야 할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올해 북핵문제가 큰 진전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그때문에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한반도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한국의 책임은 더 커진다”며 한국이 선수로 뛸 것을 주장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한국은 한미관계와 남북관계를 통해 협상국면의 관리자로 뛰었다”며 이러한 “한국의 협상노력은 워싱턴 내부에서 협상파의 활동의 근거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이 더 이상 선수이기를 포기한다면 그것은 강경파의 활동 근거로 둔갑할 것”이라며 “한국도 움직이지 않는데, 왜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양보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이미 워싱턴에서 넘쳐나고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덧붙였다.

그는 “선수가 되려면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미국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국제적인 경제위기와 더불어 안보위기까지 맞이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19일 열린 평화재단 주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과 남북 관계’ 포럼에서도 남북대화의 소강 상태가 길어질수록 대화 재개에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남한 정부가 하루빨리 대북정책을 구체화하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특사파견 등 대북접촉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비핵.개방.3000’ 구상은 “결국 북미간 협상 또는 6자 회담의 향방에 따라 남북관계에 접근하겠다는 대단히 수동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정부가 이 구상의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 “하루빨리 특사방북 등 공식 채널을 조기 가동, 북한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도 “남북관계는 대화의 추동력 유지가 매우 중요”하므로 정부가 본격적인 대북 접근은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방일 이후로 상정하고 있더라도 “이미 합의된 남북대화는 그 이전에라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제2차 남북 총리회담과 남북 경제협력공동위 회의, 베이징올림픽 공동응원단 구성을 위한 실무회의 등을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거듭 “총선이나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남북대화를 미루지 말고, 작은 실무대화부터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하고, ‘비핵.개방.3000’ 구상을 북측에 직접 설명하는 등 남북 관계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대북 특사를 5월께 파견할 것을 주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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