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는 급진적·진보적 변화 이끌어 왔다”

한국의 진보와 보수, 좌익과 우익의 개념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계간 ‘시대정신’ 2010년 여름호(통권 47호)의 ‘한국의 보수와 민주주의 특별좌담’에서 “한국에서는 진보-보수, 左-右의 개념이 상당히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이 대담에서 “좌·우의 구분이 프랑스혁명 때 국민회의에서 지롱드 당이 오른쪽에 앉고 자코뱅 당이 왼쪽에 앉아서 그때부터 좌 – 우 라고 했다”며 “서구에서 이렇게 계급 정당이 나오고 근대정당 체계가 형성되면서 기본적으로 진보 – 보수, 좌익이나 우익이 형성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구에서 들어온 이러한 진보 – 보수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완전히 친북이냐 반북이냐 하는 색깔론이 되었다”라며 “한국정쟁을 겪고 나니까 그 결과 반공이 부정적 정통성(negative legitimacy), 수동적 정체성(passive legitimacy)을 갖게 되었는데 반공이 네거티브 정치를 하면서 진보를 ‘좌’자가 붙은 좌익, 좌파, 좌경 등으로 이념에 색깔을 덧씌우는 색깔론 공격을 하게 된 것. 말하자면 ‘진보는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인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성 한국교원대 교수는 이 대담에서 “한국 보수정치는 국민국가의 수립과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을 일궈냈다”며 “건국기에 진행된 국민국가 수립의 정치기획은 한국사에서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만큼 국민국가 건설의 정치기획은 한국의 역사현실에서 급진적인 것, 진보적이었다는 말이다”라며 “이 사람들은 있는 것을 지키려 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앞으로 나아갔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만큼 한국의 보수가 보수로 불리는 것은 그만큼 억울한 것”이라며 “이런 용어(보수 ‧ 진보)가 통용되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막지도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진표 상근이사는 ‘천안함 사건과 우리의 대응’이라는 시론에서 “이번 천안함 사태는 북한과 김정일의 실체를 정확하게 알고, 올바른 대응을 위한 공론을 모으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이사는 “체제 경쟁이 끝나고 포용정책 성과에 대한 기대가 쌓이면서 북한 정권의 위험성이 간과 되고 북한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해졌다”면서 “천안함 사태는 수년째 계속된 북한의 강경노선이 협상 유도와 같은 전술이 아니라 본성의 추구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일 정권을 약화시키도록 ‘통치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대북정책 전반을 대북포용정책 이전으로 돌린다는 기조 하에 변화된 현실에 맞게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대정신 이번호는 이외에도 ‘한국의 보수와 민주주의’라는 제하의 특집으로 김주성(한국교원대) 교수의 ‘한국의 보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이주영(건국대) 명예교수의 ‘이승만 시기의 보수세력과 민주제도’, 김세중(연세대) 교수의 ‘보수주의 시각에서 본 박정희 시대의 민주주의’, 정진영(경희대)교수의 ‘개헌과 정치제도 개혁의 방향과 전략’등이 수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