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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대해 북한 현지 주민들과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반응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북 주민 정상회담 소식 아직 몰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일 오전 10시 청와대의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직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한민국 노무현 대통령의 합의에 따라 오는 8월28일부터 30일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8일 중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정상회담 소식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함경북도 회령시에 거주하고 있는 김성규(가명)씨는 이날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는 소식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씨는 “조선 중앙텔레비전은 오후 5시가 되어야 방송이 나오기 때문에 아직까지 정상회담 소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며 “3방송(주민용 내부 유선방송)에서도 아직까지 공식 보도가 없다”고 덧붙였다.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소식통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市)당위원회 간부들 사이에서 북남회담에 대한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일반 주민들은 대부분 모르고 있다”며 “중앙에서(정상회담에 대한) 주민교양사업 방침이 내려와야 일반 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노무현 대통령이 조선에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평양에만 머물다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지방 사람들은 국가행사에 특별할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정치가 안 바뀌면 북남회담도 성과 없을 것”
중국 옌지(延吉)시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 박순심(가명.49세)씨는 “오늘 오전에 한국 위성방송으로 북남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솔직히 큰 기대감은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2000년 6월에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왔을 때, 조선의 온 백성들은 ‘이제 고난의 행군은 끝났구나’ ‘민족통일이 멀지 않았구나’라며 큰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먹고 사는 것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국가에서는 ‘선군정치’만 강조하자 백성들 사이에서 ‘한국 대통령도 조선 정치는 못 바꾼다’는 뒷소리가 나돌았다”고 설명했다.
또 박씨는 “2006년에 중국에 와서야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어마어마한 뒷돈을 건네줬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김정일이 그 돈을 얻지 못했다면 지금쯤 (북한 당국이) 개방을 해도 수 십 번을 더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으로 가기 위해 지난 4월 두만강을 건넜다는 탈북자 김성수(가명.29세)씨는 “한국정부가 자꾸 조선정부와의 협상에 힘을 쏟게 되면 우리 같은 탈북자들이 설자리가 점점 위태로워 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정부에서 우리 같은 탈북자들에 대한 보호정책을 갈수록 축소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만약 조선정부가 한국정부에게 ‘더 이상 탈북자들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압박하면 한국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걱정된다”며 “정부끼리 통일사업도 중요하지만 한국 정부가 우리같은 평백성들의 처지도 잘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기회에 38선도 걷어냈으면”
한편, 단동에서 만난 북한 무역일꾼 최철혁(가명.36세)씨는 평양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 대해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최씨는 “지금 조선이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지해서 살고 있지만, 결국 조선이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한국과 경제협력이 필수”라며 “이번 수뇌부 회담을 통해 신의주나 남포에 개성공단 보다 더 큰 북남합작특구를 결심한다면 조선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중국이 뒤에서 조선을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중국 사람들은 조선 경제가 일어서는데 투자하지는 않고 모두 눈앞에 있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조선을 상대할 뿐이기 때문에 더 발전된 한국 자본이 조선에 들어오는 것이 조선 사람 모두의 희망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선정부도 이제는 더 이상 이대로 경제를 방치 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정부와의 협조에 나설 것”이라며 “이 기회에 38선도 걷어내고 북남이 경제적으로 좋은 합작을 성공시켰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