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북지원 중국식·케인스식 모델 따라야”

한국 정부가 경제지원을 지렛대로 실질적으로 북한 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중국식 또는 ’케인스식’ 지원모델을 따를 필요가 있다는 대북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신문은 북핵 문제가 해결국면으로 바뀌는 과정에서의 6자회담과 2차 남북정상회담, 북한의 대홍수 등 한반도를 둘러싼 사태들의 독특한 조합으로 인해 한국 정부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북한에 다가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이 외부 세계에 문을 걸어잠근지 어언 60년 사이 베일에 싸여있던 북한 경제가 쇠퇴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핵 문제로 인한 대외관계 악화와 자원부족 등으로 전년대비 1.1% 감소, 8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야간 위성사진에 찍힌 북한은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남한과 일본, 중국 등에 둘러싸여 블랙홀처럼 보이며 녹슨 공장들은 가동을 중단했다. 북한 노동자들의 한달 평균 임금은 2달러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경제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북한 전문가인 로버트 칼린 전 미 국무부 정보국장도 “김정일은 다른 어떤 문제보다 경제 문제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보국의 한 북한담당관리는 “김정일은 인민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북한 경제를 회생시킬 필요가 있다”며 “만약 이것이 ’정권안정’이라는 김정일의 계획에 부합한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과 스티븐 해거드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최근 내놓은 연구에서 “대북 교역과 지원, 투자 등의 성격 변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경제지원의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단순지원이 열매를 맺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들에 따르면 일반적인 추측과는 달리 무기판매나 약탈, 마약밀매 등 불법 경제활동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는 전체 수출의 14% 정도에 불과한 반면 외부지원에의 의존도는 전체 수입의 40%에 달한다. 외부지원에서도 대(對)중국ㆍ대(對)남한 교역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그 지원방식은 크게 다른 현실이다.

예를 들어 중국 기업들은 중고 TV나 자전거 등을 북한의 광물자원과 교환하면서 남한의 현대아산과는 달리 수익성이 떨어지는 즉시 철수하는 양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놀랜드 선임연구원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의 기업가들은 북한에서 자본주의적으로 행동하는 반면 남한은 사회주의 국가의 대외정책 같은 상반된 교역 양상을 보인다”며 그 결과 북한은 남한보다는 중국으로부터 시장경제를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문은 7년전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내려 도입된 남한의 ’햇볕정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이제 남한은 원래의 목표를 상실한 채 무조건적인 경제지원을 통해 북한의 붕괴를 막는 것에만 주력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놀랜드 선임연구원과 해거드 교수는 그 방안으로 경제지원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중국의 사례를 참고하거나 남한 사람들이 재건과정에서 단순 지원을 넘어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는 ’케인스식 프로그램’을 도입하라고 조언했다. 또 이러한 방안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등 북한 당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덜 미치는 곳에서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신문은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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