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진보’의 청맹과니 짓거리

중국에서 북한과 사업하는 사람치고 북한이 위조달러를 제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다. 만약 모르고 있다면 사업경험이 짧거나, 혹은 알고도 모른 척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도 조잡한 위폐들이 많이 만들어진다. 이중에서도 북한과의 거래과정에서 나오는 위폐는 정교하기로 유명하다. 위폐식별기를 통과하는 것쯤은 기본이다. 담당 은행직원까지도 위폐 여부를 분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북한산 위폐는 특별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100달러 슈퍼노트가 70~80달러의 고가에 거래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슈퍼노트 100장을 사들여서 잘만 처분하면, 전혀 힘들이지 않고 3천 달러 이상의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범죄조직들이 선호하지 않을 수 없다.

눈으로 직접 보는 동영상도 조작 시비

데일리NK가 2003년산 슈퍼노트를 직접 구입하여 확인한 보도가 있었다. ‘댓글’을 통한 독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북한의 위폐제조를 성토하는 견해가 주를 이루면서도, 일부에서는 간혹 ‘그게 북한산이라는 증거가 있느냐’고 질문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하나하나 대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국에 와서 북한을 상대로 몇 달만 사업을 해보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겪어보면 알 수 있고, 알게되면 보인다고 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하자.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피의자가 피해자를 직접 찔러 죽이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며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엄연히 칼이 있고, 핏자국이 있고, 죽은 사람이 있는데도. 나아가 그들은 ‘피의자의 인권’을 운운하면서 마치 대단한 인권운동가라도 되는 양 폼을 잡는다.

물론 수사는 철저하게 해야 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은 지켜져야 하며, 수사과정에 피의자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밑도 끝도 없이 ‘증거 불충분’을 외치는 사람들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자기 눈 앞에서 그 현장을 꼭 봐야 믿는단 말인가? 살인 장면이 담긴 녹화 테이프라도 나와야 믿겠는가?

아마도 그런 사람들은 녹화테이프가 있다 해도, 그것마저 믿을 수 없다거나 조작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한국의 자칭 ‘진보’들이 북한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바로 이렇다. 실제로 이들은 북한의 인권실태에 대해 “증거를 대라”고 줄곧 큰소리치다가, 급기야 이들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북한 내부를 촬영하여 동영상을 들이대자 조작이니 과장이니, 금전적으로 거래가 되는 녹화물이라 믿을 수 없다느니 하면서 흠집을 내기 위해 안달이다.

위폐제조 경고하는 것이 북한 돕는 것

북한의 위폐문제도 그렇다. 북한의 위폐제조공장을 ‘엔테베 작전’ 식으로 들이쳐서 인쇄기와 위폐 용지를 직접 보여줘야 믿겠는가? 아마 그런 상황이 되어도 “미국이 현장에 들어가 거짓 증거물을 뿌렸다”는 식으로 또다시 억지를 부릴 사람들이 ‘한국형 진보’들이다.

북한의 위폐거래와 유통이 주로 외교관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그렇게 적발된 사례만 수차례 수백만 달러에 이르고, 미국 달러를 제조하는 인쇄기와 똑 같은 인쇄기를 북한이 비밀리에 수입하였고, 특수잉크와 용지도 구입했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는데도 ‘증거 불충분’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다.

북한 정권이 하는 일이라면 그 무엇이 되었든 덮어놓고 두둔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거나, 자기 눈 앞에서 부모가 강도에게 칼을 맞아 죽어가고 있어도 ‘과연 저 칼로 사람이 죽을 수 있을까’ 하고 회의하고 고민하며 앉아있을 사람이거나.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범죄행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래도 우리 편은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 오늘도 위폐인쇄기를 돌리는 중이다.

진정으로 북한 정권을 돕고 싶다면, 위폐제조가 엄청난 범죄행위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하루빨리 그것을 근절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북한정권과 ‘한국형 진보’는 동반 몰락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 단둥(丹東) = 권정현 특파원kj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