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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옷 입기 운동’(Clean Clothes Campaign)은 인권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운동이다. 1990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제3세계 아동 ∙ 청소년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더러운 옷’을 입지 말자는 운동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 의류, 스포츠용품 전문 다국적기업들은 저임금을 노려 제3세계에 현지공장을 세워두고 있는데, ‘깨끗한 옷 입기 운동’은 현지공장의 아동 ∙ 청소년 고용과 저임금 노동착취,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그리하여 제3세계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아동 ∙ 청소년 인권을 신장하는 것이 이 운동의 목표다.
북한의 집단체조 ‘아리랑’공연을 보겠다고 평양을 찾은 남한사람이 벌써 5천명에 이른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에서는 ‘깨끗한 옷 입기 운동’에 앞서 ‘깨끗한 눈 갖기 운동’(Clean Eyes Campaign)이라도 벌여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동 ∙ 청소년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공연을 보고 감탄하는 ‘더러운 눈’을 갖지 말자는 운동 말이다.
김정일의 ‘어린 노예’들 군무를 즐기는 자들
북한의 집단체조는 해방 이후 줄곧 제목을 달리하며 계속 되어왔다. 자타가 공인하는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는 분야’다. 참가인원은 수만 명으로, 아리랑은 그 절정을 이뤄 연인원 10만 명이 동원되었다. 2002년에 초연되었으며, 이번에 공연되는 아리랑은 일종의 ‘리메이크판’이다.
그 많은 인원이 한 몸처럼 움직인다. 카드섹션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화려하고 정교하다. 참가자들의 절반 이상은 북한의 유치원, 인민학교, 중학교 학생들이다. 정상적인 두뇌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러한 ‘획일화’를 위해 그 아이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배우는 수만 명인데 지켜보는 관객은 수백~수천 명인 기형적인 공연이다. 어린 노예들은 뙤약볕 아래 군무(群舞)를 추고, 귀족 몇 명은 그늘에 앉아 보고 즐기는 ‘고대 노예제 사회’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제격인 공연이리라. 관람료는 100~150달러 정도라고 한다. 간단히 셈을 해보아도, 1회 공연으로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노동의 대가는 1달러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여 공연을 한 배우들에게 ‘수령’은 노임(勞賃)을 준 적이 없다. 모든 공연일정을 마친 후 ‘선물’을 내려주시는데, 통조림과 과일 몇 개, 모포 한 장 정도라고 한다. 전형적인 노동착취다. 수령님이 기분이 좋아 집집마다 컬러TV 한 대씩을 하사해 준 적이 있는데, 인민들은 이에 감읍(感泣)했다고 한다. 환장할 노릇이다.
깨끗한 척은 혼자 다하는 위선 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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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랑’ 공연이 끝난 후 기립박수를 치고 있는 남한 관광객들 <사진:연합> |
이런 공연을 보고 나서 기립박수를 쳤다는 남한의 자유인(自由人)들이 있다. 상대의 고통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사디스트(sadist)이거나 참으로 ‘더러운 눈’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만삭(滿朔)이 되어 그런 공연을 보러 가서 거기서 애까지 낳은 사람이 있다고 하니, 정말로 할 말 다했다.
최근에는 전공노와 전교조 회원들이 휴가를 내고 단체로 아리랑 공연을 보러 간다고 해 논란이 되었다. 이 희대의 ‘아동학대극’을 전교조 교사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을지 궁금하다. 이른바 ‘진보단체’의 회원이라는 사람들이 줄지어 그 뒤를 따르고 있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에서는 상임위원 한 분이 “아리랑 관람 자제 성명을 내자”고 제안했다는데, 다른 상임위원 전원이 반대해서 안건 채택마저 안됐다고 한다. 깨끗한 옷을 입고 깨끗한 척하고 있지만 실제 자신의 몸뚱아리에는 ‘더러운 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10월, ‘더러운 눈’을 가진 사람들이 이끄는 ‘더러운 공화국’의 자화상이다. 한국의 좌파여, 당신들은 모두 ‘짝퉁’들이다. 지금 거울 앞에 서 자신의 눈을 잘 살펴보라. 위선의 더께가 덕지덕지 들어붙은, 벌건 ‘더러운 눈’이 보일 것이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