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6자구도 본격 ‘들러리’로 가나?

왼쪽부터 라이스 美국무장관, 럼즈펠드 美국방장관, 오노 日방위청장관, 마치무라 日외무상

지난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양국정부의 외무, 국방장관들이 참석한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회담)’는 북핵문제에 대처하는 미-일 동맹관계가 과거 어느때 보다 최고수준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회담 직후 발표된 양국 외무장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모든 북한 상황에 대해 계속 정보를 공유하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일 외무 장관들이 제3국의 문제와 관련하여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보기 드문 경우다. 앞서 워싱턴을 방문했던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라이스 美국무장관으로부터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유지하며, 평화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는 상투적인 합의에 그친 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이번 워싱턴 미-일 장관회담은 제2기 부시 정부가 추진하는 反테러전쟁 및 세계민주화 구상을 일본정부가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부시 정부는 강력한 동맹국가로 급부상한 일본의 안보와 국제적 지위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을 국제적으로 과시했다. 기왕에 우려하던 북핵문제가 본격적인 국제이슈로 부각되자마자 미국과 일본은 서둘러 대응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북핵문제, 미-일 공동전선 구축 확인

이날 회담에서 일본의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무상은 “북한은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하며, 중국도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라이스 美국무장관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다자간 안전보장도 가능하고, 경제지원과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우리는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는데)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국 장관은 북핵사태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유엔의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는데 동의했다.

한편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서 마치무라 외무상은 “북한의 불성실한 대응으로 일본 국민의 분노가 강해지고 있으며, 당장 경제제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강력한 조치를 선택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라이스 장관은 “미국 정부도 일본인 납치문제를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일본정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거들었다.

공동성명의 내용은 국가동맹의 최고수준

미-일간의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세계민주화전략(반테러전쟁,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 확산, 핵확산 금지 및 대량살상무기확산금지,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 확산 등)이 미-일간의 공동전략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노력을 존중하며 적극 제휴하는 한편, 일본을 아-태지역 최대 동맹국가로 대우하는 ‘공동의 전략목표’를 제시했다. ‘공동의 전략목표’에서는 아-태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이루기 위해 일-중, 일-러간의 대립요소들에 대해 일본의 이익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아-태지역에 대한 미-일간의 공동전략으로 ▲북한에 대해 핵과 미사일, 납치자 문제에 대해 공동대응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대만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중국 군사력의 투명성 제고 등을 촉구하고 ▲러시아에 대해서는 일-러 간의 북방영토 분쟁 해결과 아-태 지역에 러시아의 건설적 참여 등을 촉구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최대 동맹국은 일본이다’는 미국의 최종 결론을 얻어냈다. 이로써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잠제적 견제까지 달성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세계안보 전략에 적극적으로 올라탄 일본

미-일 장관들은 ‘일본의 안전보장 및 방위 협력의 강화’를 위해 네가지 방향에 합의했다.

▲미-일 양국은 쌍방의 안전보장을 위해 국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공동으로 대처하고 ▲미군과 자위대가 상호 운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본의 새로운 방위계획이나 유사법제 개정, 상호물품제공협정 및 미사일 방위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며 ▲주둔비용을 절감하면서 주일미군의 억제력을 유지한다는 점에 인식을 함께하고 ▲주일미군이 일본에 안정적으로 주둔하기 위한 해당 지역사회 노력을 유도하며 ▲일본이 주일미군 주둔경비를 적절한 수준에서 제공하기 위한 조치 등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에도 적극 동의하여 미국과의 공동기술연구나 공동개발의 가능성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미일동맹에서 소외된 한국, 북-중도 무시할 것

아직까지도 북한의 핵보유 선언을 ‘협상용’으로 애써 무마하고 있는 한국정부는 미-일의 행보를 정확히 읽어야 할 것 같다. 애당초 6자회담 안에서 북한과 중국은 한국정부를 철저히 무시해왔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일본이 최대 동맹국이라는 점을 전세계에 밝혔다.

이로서 북핵문제는 미-일 동맹과 북-중 동맹 간의 대립구도로 짜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말하자면 6자회담에서 한국정부의 ‘들러리 역할’은 진짜 이제부터 시작된 느낌이다.

박인호 기자 park@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