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처음으로 ‘대북 개별관광’을 언급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외세 의존을 탈피하라는 기존 대남 비난 기조의 연장선에서 이를 언급했을 뿐 개별관광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우회적인 ‘시그널’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한국 정부가 올해 초부터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대북 개별관광에 북한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북한이 지금껏 한국 정부의 개별관광 시나리오에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데일리NK는 한 평양 주민과 접촉해 대북 개별관광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그는 “현재로서는 (개별관광이)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북한 당국이 현시점에서 한국인의 대북 개별관광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그는 북한이 현재까지 한국 정부의 개별관광 추진 움직임에 별다른 평가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우리가 자체로 금강산을 개발해 독자적으로 관광을 하겠다고 하자 남조선(한국) 당국이 급해 맞아 내놓은 안이라고 보고 있다”며 “원수님(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계기에 연설을 통해 말씀하시지 않는 이상 먼저 이를 언급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대북 개별관광에 관한 평양 주민과의 일문일답.
-한국 정부가 대북 개별관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쉽게 말해 한국 국민이 개별적으로 북한을 여행하는 것이 ‘개별관광’인데, 이것이 가능하다고 보나?
“현재로써는 절대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그 이유는 남조선 당국이 먼저 제안했다는 점이 가장 크다. 우리에게는 남조선 당국이 먼저 제안하는 것은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는 원칙 같은 것이 있다. 우리의 자존심, 원수님의 권위와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등 제3국 여행사의 북한관광 상품을 한국인들이 이용할 수 있을까?
“없다. 현재는 절대 가능하지 않다.”
-북한 당국이 한국 국민들에게 관광용 ‘비자’를 발급해줄지도 관건인데.
“중앙에서 지시를 내리는 것과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북한 당국이 개별관광을 허용해 한국 국민들이 북한에 들어간다면 다른 외국인 여행객들처럼 관광할 수 있을까?
“절대로 외국인 여행객과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없고, 더 혹독한 감시와 통제가 이뤄질 것이다.”
-개별관광이 가능해진다면 어느 지역의 어느 관광지를 열어줄 것으로 보는가?
“인민들과 동떨어져 있고, 통제가 잘 되는, 또 통제를 잘 할 수 있는 백두산이나 금강산 관광은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과 사회단체의 개별관광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경우 남에서 북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
“일단 개별관광이 이뤄진다면 이산가족이나 사회단체 개별관광도 상관없이 받을 것이다. 이들이 중국을 거치지 않고 곧장 오는 것 역시 충분히 현실성은 있다. 금강산 관광은 이미 해봤고, 백두산 관광은 동해안에 활주로를 닦고 직항로를 개설하면 될 일이다.”
-한국 정부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북한을 관광하는 ‘연계관광’도 하나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실성이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언제든 얼마든지 환영이다.”
-한국 정부가 개별관광을 추진함으로써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까?
“우리가 아닌 남조선 당국이 먼저 언급했기 때문에 될 수 없는 것이 바로 개별관광이다. 이런 제안으로 어떻게 북남관계가 좋아지겠나. 천만의 말씀이다. 현 단계에서는 꿈도 꾸지 말라.”
-현재 북한은 한국 정부의 개별관광 추진 움직임에 어떤 평가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확히 표현한다면 금강산 관광을 자체로 하겠다며 철거까지 하라고 큰 소리를 친 마당에 무슨 뚱딴지같은 개별관광이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답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제안을 덥석 받는다면 원수님이 금강산 현지까지 가서 큰 소리를 쳤는데 뭐가 되겠나.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자체로 금강산을 개발해 독자적으로 관광을 하겠다고 하자 남조선 당국이 급해 맞아 이를 무마하자고 내놓은 안이라고 보고 있다. 원수님이 앞으로 어떤 계기에 연설을 통해 이것을 말씀하시지 않는 이상 먼저 이를 언급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고, 은근슬쩍 개별관광을 받아들이는 승낙도 절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