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北 인민의 피와 땀을 먹었다

▲ 송이버섯을 전달하려는 박재경 <사진:연합>

김정일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측에 자연산 송이버섯을 몇 차례 선물했다. 남한 정부는 송이버섯을 정부 관계자와 언론사에 나누어 주었다.

그러나 북한 인민들이 어떻게 해서 송이버섯을 채취하는지를 알면, 차마 입에 넣지 못할 것이다. 북한산 송이버섯은 한마디로 인민의 피와 땀으로 얼룩져 있다.

지금쯤 북한에서는 ‘송이전투’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8월 말부터 10월 초까지가 ‘송이 철’인데, 이 기간에 북한 주민들은 송이버섯 채취에 동원된다. 김정일의 통치와 향락자금으로 쓰이는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전투’다.

송이버섯은 개인매매 금지된 노동당 독점물

북한의 ‘송이전투’는 외화벌이 기관들이 주도한다.

북한의 외화벌이 기관은 어떤 부문에 소속되어 있는가에 따라 나누어 볼 수 있다. 군부에 속해있으면 군(軍) 외화벌이 기관이 되고, 당 기관에 소속돼 있으면 당 자금 마련 외화벌이 기관’이 된다. 또 정권기관에 소속돼있으면 지방 외화벌이 기관이 된다.

이 가운데서 가장 위세가 높은 곳은 역시 김정일의 주머니로 전액 들어가는 당 자금 마련 외화벌이 기관인 ‘중앙당 39호실’이다.

중앙당 39호실은 각 도(道)당에 하부 부서를 두고 있다. 또 시, 군 당 산하에 ‘5호관리부’를 운영하고 있다. 5호관리부에서는 각 지방에서 생산할 수 있는 특산물을 수집하여 외화벌이를 진행한다. 금, 은과 같은 귀금속은 물론 백도라지(아편), 송이버섯 등 외화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외화벌이 대상이 된다.

송이는 노동당이 독점하고 있는 외화벌이 품목 가운데 하나다. 개인적으로 거래하다 걸리면 구류장 신세를 져야 한다.

‘물건 살 자격’을 주는 희한한 인센티브

송이 채취는 5호관리부에서 군중동원 형식으로 수집한다.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송이 잘 채취하는 주민들을 선발, 동원하는 형태가 있다. 주로 송이 채취 경험이 많은 산간지역 기업소 노동자들이 모든 일을 전폐하고 송이 채취에만 동원된다.

한편 주민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면서 자발적으로 송이를 채취해 바치도록 하는 형태가 있다. 그런데 이 인센티브라는 것이 무엇인지, 남한 사람들이 들으면 의아해 할 것이다.

인센티브란, 송이 채취량에 따라 설탕, 식용유, 의류, 가전제품 같은 것을 살 수 있는 ‘자격’이다. 예컨대 송이버섯 1kg을 바치면 설탕 3kg을 살 수 있는 ‘자격’, 송이버섯 50kg에는 컬러TV 1대를 살 수 있는 ‘자격’을 준다.

무슨 말인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북한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영상점’이 있다. 이곳의 가격은 대단히 싸지만 물품이 풍족하지 못하다. 게다가 간혹 들어오는 물품도 힘있는 권력기관 사람들이 미리 ‘찜’ 해놓기 때문에 평민들은 국영상점에서 물건을 살 엄두도 못 낸다. 그 ‘자격’을 주는 것이다.

철수가 송이 1kg을 사서 국가에 바쳤다. 그러면 철수에게는 국영상점에서 설탕 3kg을 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문제는 설탕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그런 자격을 가진 사람이 영희, 만수, 덕희 등 여러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건이 들어온다 해도 돈을 주고야 살 수 있는 그 ‘자격’을 위해 주민들은 오늘도 산에 오른다. 국영상점에서 산 물건을 장마당에 내다팔면 10배 이상의 큰 수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5호 관리부는 손에 흙 한번 안 묻히고, ‘물건을 살 자격을 준다’는 어처구니 없는 인센티브를 내걸고 주민들을 착취한다.

송이전투 동원되었다 죽어도 ‘개인 책임’

송이전투에 동원되면 혼자 다니는 것이 불문율이다. 부모자식 간에도 함께 다니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송이가 주로 어떤 환경에 사는지 절대 가르쳐 주지 않으며, 송이가 많은 곳을 발견했어도 서로 알려주지 않는다. 다음에 캐러 갈 때는 일부러 빙빙 돌아 그곳으로 간다.

주민들은 산 속에서 송이버섯을 발견하면 바구니에 정성스럽게 담고 그 위에 솔잎을 덮어 향기를 보존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바위 위에 돋아나는 이끼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솔잎을 사용한다.

채취량은 날씨조건이나 활동량에 따라 다르다. 며칠씩 산을 헤매도 하나도 캐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반면, 하루 만에 몇 킬로씩 짊어지고 내려오는 사람도 있다.

송이전투에는 수많은 주민들이 동원되었다가 발을 헛디뎌 벼랑에서 굴러 떨어지거나 길을 잃는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남한처럼 언론기관에서 그런 사건 사고 소식을 알려주고 있지 않으니 모를 뿐이다.

그리고 사건과 사고는 전적으로 개인 책임이다. 노동당의 조직적 지시에 따라 송이버섯 채취에 동원됐던 것인데, 만약 죽었다 해도 ‘본인의 부주의’로 처리해 버린다.

오늘 먹는 송이, 어제 북한인민의 피눈물

송이를 채취하면 그 날로 5호관리부에 바친다. 5호관리부는 송이를 등급별로 나눠 ‘송이차’라고 불리는 특별한 운반차량에 싣고 항구 또는 공항으로 직송한다.

함경북도는 청진항, 함경남도는 원산항, 평안남도는 순안비행장 등으로 가서 일본 등지로 신선한 상태 그대로 수출된다.

북한에서 남한에 전해준 신성한 송이버섯. 남한의 정부관리가 그것을 고맙게 받아 저녁식탁에 올렸다면, 그것은 바로 어제 북한 주민이 나뭇가지에 온몸이 긁히면서 산골을 헤맨 끝에 찾아낸 송이버섯이다. 설탕 몇 kg이랑 바꾸려고 목숨을 건 바로 그 송이다.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목구멍으로 넘기기 전에, 오늘도 착취당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머리 숙여 묵념 한번 하고 드시길 당부한다. ‘장군님의 통 큰 배짱과 하해와 같은 은혜’만 생각하지 말고 말이다.

이주일 논설위원 (평남 출신, 2000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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