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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에 참전했던 113명의 미군 병사들이 전쟁중 겪은 사건, 당시의 생생한 사진을 담은 회고 수기 ‘한국전쟁, 미군 병사들의 기록’이란 책이 최근 번역 출판됐다.
이 책은 한국전에 참전했던 안트니 비벨 선임 상사 등 201명의 수기를 담아 미국에서 ‘Faces of War, Korean Vignettes(전쟁의 얼굴들, 한국의 초상)’으로 출판됐지만, 이번 한국어판에서는 113명만의 기록을 수록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한국전쟁에 관한 책들이 전사가(戰史家)나 종군기자 혹은 군사전문가에 의해 쓰인 반면, 이 기록들은 전투임무를 수행했던 병사들이 직접 섰다는 점에서 가치를 발휘한다.
전쟁은 장군과 장교들에 의해 주도되지만 진정 용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개인호 속에서 고독한 전투를 이겨낸 병사들이며 평화는 그들의 총검에 의해 지켜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전사들이 어떻게 중공군 및 북한군들과 싸웠는가를 그들 자신의 투박하고 생생한 언어로써 기록하고 있다. 113명의 병사와 수병, 해병대, 그리고 조종사들의 각자 다른 이야기가 담겨져 있으며 잊을 수 없는 용감한 전사들의 무용담집이라고 할 수 있다.
참전병사들은 포로에 대한 고문과 살해, 부상병을 실은 구급차에 대한 무차별 사격 등 전쟁을 일으킨 공산군의 잔인함과 참혹함을 말하고 있다. 또, 영하의 추위 속에 벌어진 전투에서 많은 병사들이 동상으로 수족을 잃고, 생명까지 빼앗긴 냉혹한 희생에 대하여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전쟁사에 중요한 여러 사실을 보완해 준다는 의미에서 가치가 크다. 책 중간중간 사진과 부도(附圖)를 통해 당시 전투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육군과 해병의 말단부대에 소속된 병사들의 활약이 상세히 묘사돼 있어 한국전쟁 연구에 생생한 현장의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책을 편역한 한국국방연구원(KIDA) 김남형 홍보협력담당관은 “이 책은 전쟁기록문학의 새롭고 뜻 깊은 발전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며 “한국전쟁을 체험하지 못하고 자라난 전후세대와 국군장병들에게 정신 전력 자료로써 널리 읽히도록 해야겠다는 데 뜻을 두고 엮게 되었다”고 밝혔다.
많은 미국인들은 한국전쟁을 거대한 제2차 세계대전과, 긴 고통 끝에 상처만 남기고 끝난 월남전쟁의 틈새에 있었던 전쟁으로 기억한다. 또 ‘승리하지 못한 무승부 전쟁’ ‘결론이 없는 전쟁’으로 ‘잊혀진 전쟁’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냉전이 지난 시점에서 전쟁 역사가들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대한민국의 오늘을 본다면 한국전쟁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를 가져다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당시의 참전 미군과 UN군 장병들은 이름 모를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치른 자신의 전쟁이 정말 위대했다는 사실을 회고하게 될 것이다.
1950년 6월 25일 시작된 한국전쟁은 전쟁 발발 60주년을 2년 앞두고 있다. UN의 기치 아래 17개국의 군부대가 참전했던 한국전쟁에서 미군 33,624명, 한국군 47,812명, 북한군 218,899명, 중공군 401,400명 등 양측은 70만에 가까운 전사자를 냈고 민간인을 포함하면 300만 명 이상이 죽은 전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