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유엔안전보장증명서’ 인터넷 경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이 휴전선 북측 지역에 배포한 ‘안전보장증명서’가 국내 처음으로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매물로 나와 화제다.

북한 지폐, 훈장, 증명서 및 각종 이색적인 자료와 상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 nkauction.com에 등재된 이 증명서는 ‘북한군인들이 유엔군측으로 투항하면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오른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이 배포한 ‘안전보장증명서’

지폐크기(10x17cm)의 이 증명서는 앞면은 당시 북한에서 통용되던 100원짜리 지폐의 모양과 똑같고, 뒷면에는 국문, 영문, 중문의 안전보장증명(safe conduct certificate) 문구가 적혀 있다.

국문 증명은 “북한공산군에게. 이 유엔안전보장증명서는 제군의 생명의 안전을 보장한다. 언제든지 제군이 적대행위를 그만두려고 결심했을 때 어느 유엔장병에게나 이것을 보이기만 하면 된다. 나는 모든 유엔장병에게 제군이 이것을 가지고 유엔측으로 넘어오면 잘 대우하라고 엄격히 지시하였다”라고 적혀 있으며, “마아크 더블유 클라아크 유엔군 총사령관”이라는 서명이 들어가 있다.

클라크 총사령관의 재임기간이 1952년 4월부터 1953년 9월까지였으니, 이번에 공개된 증명서는 한국전쟁 후반기에 배포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에 인민군으로 참전했다 1953년 귀순한 정운산(72세) 씨에 따르면 유엔군은 항공기를 통해 이 증명서를 대량 살포했으며 당시 인민군과 북한 주민 가운데 이것을 소지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정씨는 “전세(戰勢)가 유엔군측으로 기울 때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상당수의 사람들이 갖고 있었다”면서 앞면이 북한 화폐로 되어 있는 이유는 “반으로 접으면 외관상 돈으로 보이기 때문에 소지품 검열 시 어느 정도 적발을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열 과정에서 이 증명서가 적발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적발된 사람 가운데 처형된 사람도 많았다고 정씨는 회고한다. 또한 정씨는 “당시 북한군도 남한 군인들을 대상으로 투항권고문을 배포하였으나 유엔군처럼 지폐를 앞면으로 활용하는 창의력에서 뒤졌고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동참하지 말라’는 정치선전 중심이라 별반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유엔군의 안전보장증명서는 미국의 인터넷 경매사이트 이베이(www.ebay.com) 등을 통해 이미 매물로 나온 바 있다. 전쟁시기 적군 및 적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배포하는 이러한 안전보장증명은 수집가들에 의해 대략 15달러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박형민 기자 phm@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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