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또 ‘주도적 역할'(?)

제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의 핵심 쟁점이 대북 에너지 제공 규모로 떠오르면서 우리 정부가 이번에도 이른바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쟁점의 본질은 대북 에너지 제공 규모지만 나머지 5자의 분담비율과 연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제공 규모는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하느냐, 폐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은 물론 5자의 제공 의지와도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거꾸로 뒤집어 보면 각 국이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규모가 결정될 수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시각에는 북한과 규모에 합의하기 전에 먼저 5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분담 방법에 대한 합의를 먼저 하는 게 규모 합의를 위한 신속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문제는 일본 등 일부 참여국이 에너지 지원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

일본은 납치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으면 대북 지원에 동참할 수 없다는 입장 아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이 연일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지원 참여 여부는 각국의 판단사항’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의 움직임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실제 뉴욕타임스는 10일 6자회담에서 상응조치로 한국은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고 미국은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한다는 데 북.미간 의견이 접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9.19 공동성명 3항에는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은 북한에 대해 에너지 지원을 제공할 용의를 표명했다”는 합의가 들어 있다. 이는 모든 참가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의 근거이다.

정부 당국자가 “한국 단독으로 대북 에너지 지원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논리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분담률은 회담장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여기에 다른 참가국이 `통 큰’ 지원 참여에 주저하는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베이징에서는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기대하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5개 워킹그룹(WG) 가운데 상응조치의 핵심인 ‘경제 및 에너지 지원 워킹그룹’을 한국이 맡아 운영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이 경우 균등 분할이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과 오버랩되면서 우리가 워킹그룹 의장을 맡아 상응조치 부담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정부는 이미 2005년에 북한 금호지구 경수로 공사를 중단하는 대신 우리 단독 부담으로 200만kW 전력을 북한에 직접 송전하는 방안을 내놓아 같은 해 7월에 6자회담이 13개월 만에 재개되는 길을 닦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쉽게 결단할 입장만은 아닌 것처럼 관측된다.

당시 국내에서는 금호지구 경수로에 이어 다시 대북송전으로 이중부담을 지게 됐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어 9.19 공동성명 이후에는 `중유 제공-대북 송전-경수로제공’으로 이어지는 3단계 지원안으로 부담이 더 커졌다는 지적을 낳은 만큼 정부가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대북 직접 송전 사업에 드는 비용만 해도 시설 건설비에 1조7천억원, 6∼10년 송전비용이 3조9천억원에서 8조원으로 추정됐었다. 이는 건설비를 빼고도 전기를 대 주는 연간 비용만 최대 8천억원으로 본 것이다.

이런 전력에 비춰 이번에도 우리가 부담하는 중유의 양이 다른 국가보다 많아질 경우 우리가 `덤터기’를 썼다는 비난 여론이 달아오를수 있다는 예상이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제네바합의 이후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경수로사업에 우리가 비용의 70%를 부담한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분담률이 높아지더라도 우리가 WG를 주도할 수 있다는 입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북핵에 따른 안보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평화비용이라는 논리도 있다.

정부가 다시 대북 송전제안을 낼 때처럼 적극적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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