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이 끝난 바로 다음날인 25일 한국을 방문한다.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한 답방 약속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긴 하지만, ‘올림픽 직후 방한’이라는 일정상의 무리수를 둔 이유는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4일 후진타오 주석의 이번 방한에 대해 “앞으로 한중관계가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확정하는 방문이 될 것”이라며 “중-한 전략적 동반자관계의 발전을 촉진하고 양국의 우호적이고 호혜적인 협력을 더욱 확대시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특히 “양국 우호관계의 심화 발전은 양국 국민에게도 혜택이 되지만 동북아 지역의 평화 공동번영을 촉진하고 선린우호와 공동발전이라는 상호이익의 국면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동북아 지역에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반도 지역은 ‘북핵 문제’라는 동북아 최대의 안보과제가 걸려 있으며, 역내 안정유지와 통일에 이르기까지 동북아 세력 변화 과정에서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또 중국은 한국의 ‘한미동맹’ 위주 행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고 있다. 지난 5월 27일 한중 정상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날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군사동맹은 역사로부터 남아있는 산물”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1차 한중 정상회담 당시 한미동맹의 강화가 중국을 중시하는 한국의 정책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한국 역시 중국의 협력과 도움 없이는 북한으로부터의 안보적 도전은 물론 경제, 환경, 에너지 등 새롭게 떠오르는 국제적인 과제에 대처할 수 없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배경에는 이렇듯 한미동맹 강화에 따른 중국의 우려를 완화하고,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인 북중 관계를 의식한 부분도 작용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한중 정상은 1차 회담의 성과였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체화하는 방안 등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양국은 외교와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긴밀한 교류와 협력을 확대, 강화시키는 방안 등에서도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후 주석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염두에 두고, 한중 FTA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후 주석은 또 이번 방한에서 올림픽 이후 위상이 한껏 높아진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과시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후 주석은 26시간 동안 서울에 머물며 한중 정상회담 이외에도 국회 방문, 서울숲 방문, 여수-상하이 박람회 교류 세미나, 경제인 면담 등 한국 각계 인사와의 접촉을 추진 중이다.
한편,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되는 사안 중의 하나가 ‘북한’에 대한 한중 양국의 입장 조율 문제다.
이와 관련,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돌입하면서 북핵 문제가 교착국면에 부딪히게 되고, 북한의 고질적인 경제난이 심화되는 등 대북 현안에 관한 양 정상의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이 대통령과 후 주석간의 단독회담에서는 남북관계와 북핵문제가 주로 협의될 예정”이라며 “이 대통령은 후 주석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중 정상은 북한의 붕괴를 촉진하기보다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돕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이를 위한 양국의 협력체제를 강화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외에도 북한 돌발사태에 대한 양국의 대처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이 한국에 대한 ‘애정 공세’를 높일수록 한반도는 미-중 사이의 전략적 영향력도 높아질 것이다. 바야흐로 한국의 외교전략이 향후 한반도의 운명을 가름하는 시기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