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구)진보 생명력 다해 해체중”

▲ 26일 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선진화재단과 좋은정책포럼이 공동으로 주체한 ‘한국의 진보를 말한다’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이 진행됐다.ⓒ데일리NK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진보’라고 불리워온 것은 이제 그 생명력을 다한채 소멸하고 있다고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가 주장했다.

주 대표는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과 좋은정책포럼(이사장 변형윤)이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의 진보를 말한다’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진보는) 단순히 침체하고 위기에 빠진 것이 아니라 어쩌면 해체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의 진보를 말한다'(자료집 바로가기)

주 대표는 “보수가 있으면 진보가 있기 마련이다”면서 “이제 완전히 새로운 진보, 차세대 진보가 등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리고 등장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조건이 만들어졌고 곧 등장할 새로운 진보에게 미래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는 진보는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유일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현재 운동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NL(민족해방)과 PD(민중민주)세력에 대해서는 후진국 좌파라고 일갈했다.

주 대표는 “신자유주의로 기울었던 집권 당시의 정책 실패로 인하여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김대중 직계, 노무현 직계, 그리고 후진국 좌파의 슬픈 모습을 벗어나지 못한 NL, PD라는 기존의 세력들을 제끼고 사회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세력이 주도해야만 비로소 진보는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진보진영을 친북이라 규정하는 것에 대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침묵과 북한 특권층만 상대하고 극한의 고통을 받고 있는 북한 인민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대표는 “수백만 인민을 굶겨죽이고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김정일과 웃으면서 손을 잡은 김대중은 보기에 따라서는 천사 같은 ‘평화의 사도’이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악마와 손을 잡은 ‘또 하나의 악마’로 보이기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 대표는 “NL 성향의 386 정치인들이 거의 다 낙선했고, 민주노동당도 많이 위축되었다”며 “이제 보수는 더 이상 ‘친북좌파’로 상대를 몰아서 재미를 볼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진보와 보수, 사상계와 정계 모두가 ‘친북좌파-극우꼴통’이라는 덫으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 발제에 나선 김윤태 고려대 교수는 “진보진영은 여전히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만 높일 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2008년 대선 패배 이후 정당과 시민사회의 진보진영은 왜 진보의 위기가 왔는지, 어떻게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지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것이 바로 진보진영의 위기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촛불을 들고 거리에 모이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사회운동의 역동적 힘은 정치사회의 현실적 대안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민 동아대 교수도 “지금까지 한국의 진보그룹의 관습적인 사고방식은 민주와 독재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진보 진영이 이제 사람들의 감성과 취향을 읽어내고 이것을 정치 변혁에 역량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그동안 진보정치는 보통사람들의 정서를 집중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옳은 정책만이 있을 뿐 좋은 정책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제는 계급+정체성, 이념+감성, 옳음·그름+좋음·싫음의 융합을 시도하여 정치의 비젼과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보수와 진보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그 토대 위에서 건설적 대화를 통해 이념의 간극을 좁히자는 취지로 지난해 11월 ‘한국의 보수를 말한다’를 개최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됐다. 오는 6월에는 진보와 보수 인사가 함께 참여하는 ‘보수와 진보의 대화’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