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탈북자가 많아야 할 이유 ‘빅 4’

최근에 한국정부가 탈북자들을 옛날만큼 환영하지 않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러한 정책 변화의 이유로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탈북자들이 한국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고 또 이들을 재정적인 부담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또 하나는 많은 탈북자들을 환영한 것은 북한 당국을 자극하고 남북 협력을 파괴시키는 요소가 되지 않느냐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탈북자들이 너무 많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분단 독일의 역사를 좀더 잘 배우면 좋겠다.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생겼을 때부터 1990년 동서독 통일 때까지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한 사람들은 매년 평균 2만1천명에 달했다. 최근의 남북한보다 15배 더 높았다. 그러나 서독은 이렇게 많은 이민자들을 별 문제 없이 환영했고, 그들의 빠른 적응을 위한 도와 주었다. 서독이 남한보다 소득이 높은 나라니까 그렇게 할 여유가 있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1970년대 서독의 1인당 실제 소득은 현재 한국보다 낮은 편이였다. 또 독일은 사회복지가 예외적으로 발달한 국가로서 동독에서 온 사람들에게 지금 한국인들이 꿈도 꾸지 못할 사회보장을 제공했다.

또, 남한이 탈북자들을 환영하면 북한측이 포용정책을 거부하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도 별 근거가 없어 보인다. 동독정부도 ‘탈동(脫東)’ 문제에 짜증을 낸 적이 있지만 그 때문에 서독과의 경제, 사회교류를 중단한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대남 의존도는 동독의 대서(對西) 의존도보다 훨씬 더 크다. 북한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대규모 탈북은 좀 굴욕적인 현상이지만 평양당국이 우려할 정도로 국내 안정성을 직접 파괴시키는 것은 아니다. 또 한번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탈북자는 북한 내부와 관련이 없어지기 때문에 국내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없다.

한편, 한국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면 탈북자들은 문제를 야기하는 계층이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계층으로 볼 근거가 있다.

북한이 세계의 흐름을 영원히 부정할 수 없고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없다.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면, 특히 통일의 상황이 일어나면 탈북자들이 할 수 있는 의무는 다양하고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생각해보면 탈북을 배제하는 것보다 탈북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탈북자들이 필요한 이유, 하나 : 개혁의 실험장

통일 후에 남과 북은 인간, 경제, 기술 등의 부문에서 다시 하나의 국가, 하나의 사회로 묶지 않으면 통일은 희망과 번영보다 혼란, 실망 그리고 상호 적대감을 초래할 것이다. 북한의 사회, 경제, 기술의 완전한 개혁과 현대화는 1960-70년대 ‘한강의 기적’보다 더 어려운 도전이다.

이 어려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남한과 너무 다른 북한사회의 특성을 잘 알고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된다. 통일 후 북한 사람들의 의식, 경험, 가치관에 알맞지 않은 정책을 실시하면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이러한 실패는 북한사람들 사이에서 남한 동포에 대한 적대감과 불신 그리고 통일에 대해 실망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면 올바른 정책을 어떻게 계획할 수 있을까?

이 부문에서 남한에 체류하는 탈북자 사회는 실험실이나 실험장의 역할을 할 자격이 있다. 표현이 좀 듣기 싫을지 모르겠지만 탈북자들은 통일 후, 아니면 북한 민주화 후에 정책의 계획을 위해 ‘실험용 모르모트’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탈북자들의 경험을 연구하고 이들의 적응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배우는 것은 나중에 대북정책을 더 잘 계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작은 북한’인 탈북자 사회에서 성과를 이룩하는 조치는 ‘큰 북한’에서도 성과적이며, 탈북자에 대한 잘못된 정책은 민주 북한에서도 실패할 수 있다. 탈북자 적응 프로그램의 경험은 탈북자들만 아니라 모든 북한 사람에게 잘 하는 것이 무엇이며,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북한 사람들의 재교육은 북한사회를 현대화하기 위해 제일 중요하고 어려운 일 중 하나다. 그러나 경험이 없으면 이 재교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다. 60년 분단의 역사 동안 두 개의 한국은 차이가 너무 심해졌고, 남북한 사람들이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만 세계관과 교육, 상식과 가치관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이 한국 직업문화나 학제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경험을 쌓는 방법은 탈북자 재교육을 통하는 것 뿐이다.

탈북자들이 필요한 이유, 둘 : 엘리트 인재 교육장

탈북자들의 또 하나의 중요한 의무는 통일 후 북한 엘리트의 구성원으로 되는 것이다. 여기에 ‘엘리트’란 단어는 아주 넓은 뜻으로 사용되는데, 공무원, 대기업가 그리고 정치인들과 같은 인물뿐 아니라 경영자, 중소기업 사업가, 교수나 교원, 기자와 군대 장교 등을 의미한다.

통일 한국의경우에 한반도 북반부에서 지도계층은 누구로 형성될까?

물론 민주북한 정부도 어느 정도 북한 간부 출신들의 고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통일 후 북한에서 현대사회와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간부 출신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일 후 북한이 간부들의 세상이 되어버리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그들의 특성은 행정 경험이 있고 고급 교육을 받은 것 뿐만이 아니라, 과거 북한체제에서 생존을 위해 필수조건이었던 ‘냉소적 기회주의’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간부들은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자신의 옛날 버릇을 유지할 테니까 부정부패의 위험성이 크다.

또 북한 주민들은 간부로 지낸 자들이 김일성, 김정일 시절에 했던 나쁜 짓을 잊지 못하니까 이러한 엘리트들을 신뢰하기 힘들다. 오랫동안 수령과 노동당을 격찬했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민주와 시장을 찬양하게 되면 그들의 정직과 성실성을 믿을 수 없다.

물론 남한 출신들도 통일 후 북한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남한출신들은 북한 사회를 모르기 때문에 사정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고, 사정에 알맞는 옳은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특히 북한 간부 출신들은 남한출신들의 미숙함을 기희로 보고 그들을 입맛에 맞게 조종할 가능성이 높다.

또 지역주의 성향이 강한 북한 주민들은 ‘이방인’인 남한 사람들에 일정한 거부감이 생길지 모른다. 설사 지역주의가 없다고 해도 다른 데서 온 사람들이 돈도 있고 정치적 힘도 있으면 이 세상 누군들 마음에 들어 할까?

이런 점을 보면 탈북자 출신들은 귀중한 인재다. 그들은 남한 사정도, 북한 사정도 잘 알고 ‘두 개 한국’의 문화와 전통, 의식과 언어를 잘 이해하니까 사업이면 경영자로서, 행정이면 공무원으로서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 후 엘리트로서의 탈북자 출신들은 북한 주민들로부터 간부출신이나 남한출신보다 좀더 쉽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들도 어느 정도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하루 아침에 옛날 세계관을 헌옷처럼 벗어던진 간부 출신이나 부자 이방인으로 생각될 남한출신보다 현지 주민의 신뢰를 받기가 더 쉬울 것이다.

탈북자들이 필요한 이유, 셋 : 교육자들의 준비

김父子 체제에서 벗어난 북한사회가 직면할 도전 중 하나는 현대세계의 요구에 맞는 지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폐쇄된 체제 하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군사기술을 빼고나면 인문학과 과학 그리고 시장경제에 대한 지식을 얻기 어렵다. 지식 부족현상은 북한 사람들이 현대세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큰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특히 경제와 법률에 대한 상식을 북한 사람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교육은 전문적인 교육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통일 과도기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위험요소들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소련을 비롯한 구공산권 국가들의 경험을 보면 시장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사기꾼과 투기꾼들에게 쉽게 희생된다. 이러한 현상을 막으려면 북한사람들에게 부동산이 무엇인지, 주식이란 것이 무엇인지, 또 현대 경제에서 이익 수준이 얼마인지 등등을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남한의 교육자 그리고 언론인들에게 이 일을 맡길 수도 있지만 북한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명할 능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반대로 교육자나 기자로 활동한 탈북자 출신들은 이 중요한 의무를 보다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탈북자들이 필요한 이유, 넷 : 역할 모델

통일 후 가장 어려운 문제가 남북의 물질적 격차 극복이다. 아마도 수십 년이 걸리는 장기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오랜 기간 동안 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보다 교육수준도 낮고 소득수준도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불평등한 상태에서는 북한사람들 사이에서 통일한국 사회의 남한출신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적개심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적개심은 나라의 정체성과 정신적 통일성을 위협하는 현상이란 것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남북 차이를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메우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유민주 정치와 시장경제에 적응을 잘 한 북한출신들을 역할 모델로 보여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북한 사람들은 잘 하는 북한 출신들의 사례를 보면서 북한사람이라도 평생 3D 업종에 종사하는 운명에 처하지 않고 나중에 남한 사람들과 똑같이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역할모델도 남한사회에 익숙해진 탈북자들 가운데서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역할 모델은 다양할수록 좋다. 지금 남한사회에 잘 적응한 탈북자들의 직업을 보면 중소기업을 하는 몇 명을 제외하면 거의 북한과 관계 있는 분야에 취업했다. 남한 사회에서 인정받는 탈북자들은 북한을 연구하는 교수나 연구원 아니면 북한에 대해 글을 쓰는 기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있다는 것은 좋지만 탈북자들이 여러 분야에서 일을 잘 하도록 해야 한다. 탈북자 출신 기술자와 군인, 의사와 경영자, 교수와 학자 등이 많을수록 좋다.

탈북자들은 많을수록 좋다

현재 탈북자들의 사정을 잘 아는 독자가 위에 쓴 글을 보면 필자가 환상에 빠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탈북자 사회는 이렇게 다양하고 어려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제일 큰 장애는 아직 탈북자의 숫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 체류하는 8천여 명의 탈북자는 작은 마을의 인구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많지 않은 탈북자들은 통일의 실험장으로 보기 어렵다.

또 탈북자 중에 이러한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별로 많지 않다. 1990년대 중반까지의 탈북자들은 북한 특권계층 출신들이 많지만 최근 탈북자 대부분은 고생과 기근을 견디지 못하고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한 국경지역 농민 출신들이다. 그들의 비극적인 운명에 공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지만 그들 중에 엘리트 인재나 교육자가 될 잠재성이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탈북을 제한시키는 정책이 아니라 탈북자들을 끌어들이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독일의 경험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탈북자들이 매년 1만명씩 나올 경우에도 한국의 예산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탈북자들을 환영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돈은 국가 예산 낭비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보면 된다.

먼저 탈북자 사회 구성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 구성의 개선을 위한 방법이 두 가지 정도 있다고 생각된다. 하나는 한국에 와있는 탈북자들을 교육시키고 그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정책이다. 또 하나는, 새로 올 탈북자들 가운데서 적응 잠재력을 갖춘 사람들을 환영하는 정책이다.

탈북자들의 교육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중요하다. 지금 탈북 청년들은 대학교에 입학할 때 장학금을 받고 있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4년제 대학 졸업장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교육받는 북한 출신들에게도 장학금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지원이 필요하다.

또 현재 탈북자 출신은 좋은 대학교를 졸업해도 좋은 회사에 입사하기 어렵다. 이러한 차별 취업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정부의 간섭뿐이다. 바꾸어 말하면 정부가 대기업에게 탈북자 출신을 어느 정도 무조건 고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나 자유시장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인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불가피하다.

요즘 많은 남한 사람들은 북한정권이 무너지지 않고 남북한이 오랫동안 공존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 필자는 이러한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지만, 인간으로서 미래를 알 수 없으니 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탈북자들의 역할이 있다. 남북한의 협력과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남한 기업은 북한체제를 안에서 아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사람이 없으면 남북교류가 지금처럼 정부의 돈에 의해 후원되는 소규모 경제협력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탈북자들은 한국 정부와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정부와 한국사회도 탈북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들만큼 북한의 개혁과 복구를 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많은 사람들도 없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초빙교수, 역사학 박사

<필자 약력>
-구소련 레닌그라드 출생(1963)
-레닌그라드 국립대 입학
-김일성종합대 유학(조선어문학과 1986년 졸업)
-레닌그라드대 박사(한국사)
-호주국립대학교 한국사 교수(1996)
-저서 : <북한현대정치사>(1995) <스탈린에서 김일성으로>(From Stalin to Kim Il Sung 2002) <북한의 위기>(Crisis in North Korea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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