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건설적 게임보다 싸우는 게임만 흥행”

한국전쟁이 한국인의 가치체계에 끼친 영향중 가장 심각하고 비극적인 것은 “정치체제에서 개개인의 의식과 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갈라놓는” 분단체제를 내면화하고 분단의식을 심화한 점이라고 이우영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가 진단했다.

이 교수는 16일 북한연구소와 북한학회가 ‘6.25를 돌아보고 내일을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개최한 학술회의 ‘참고자료’에서 한국전쟁의 사회심리적 상처의 하나로 ‘가치체계의 혼란’을 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분단은 정치.경제.사회.문화체제에서 개개인의 의식과 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갈라 놓았고, 이는 준전시적 대치상태로 인해 확대 재생산됐다”며 “전쟁에서 비롯된 상호 적대감이나 증오감은 동족이라는 민족의식을 넘어설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식구조는 합리적 사고를 방해했고, 반민족적.반민주적 가치지향을 심화시켰으며, 살아남기 위하여 어떤 일이든 해야 했던 전쟁의 경험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관행”을 정착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오늘날에도 계속 문제되는 편법주의로 대표되는 교란된 질서관, 희박한 법의식의 연원은 상당부분 한국전쟁에서 찾을 수 있다”며 ‘얌체’ `사바사바’ `모리배’ `정상배’ 등의 말들은 “바로 전쟁을 겪는 사이에 우리의 일상 언어생활을 석권했고, 이것들은 다시 사회질서관과 법의식의 교란을 나타냈다”고 예시했다.

또 전쟁후 반공규율에서 비롯된 적/동지의 이분법적 사고와 전투적인 사회적 관계가 운동이나 공부뿐 아니라 놀이에도 영향을 미쳐 “한국사회에서는 키우고, 발전시키거나 건설하는 시뮬레이션 컴퓨터 게임들은 대부분 고전하고 싸우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만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1950년이후 한국의 정치와 사회는 전쟁의 내재화, 즉 전쟁이 정치와 사회의 운영원리로 정착된 것을 볼 수 있다”며 “한국 전쟁이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시켜 막대한 정치력을 가진 군부가 1961년 군사쿠데타를 통해 정치적 지배세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하에서 체제 반대세력 및 운동세력은 모두 전쟁 당시와 같이 체제의 ‘적,’ 대한민국의 ‘적’으로 간주됐고 무엇보다도 ‘빨갱이’로 수렴돼 처형당하게 됐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그는 “민주화 운동 세력을 포함한 모든 사회운동 세력에 대해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는 방식의 통치는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공공연하게 행해져 그 정점에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이 있었다”면서 당시 신군부가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저항을 ‘북한의 사주를 받은 폭도, 간첩의 조종’이라고 왜곡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는 “5.18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던 민간인 학살 사건의 완벽한 재현”이라며 “학살은 과거의 일이지만 학살을 저지른 국가는 그 이후의 정치과정에서 민간인들에게 그러한 행동을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