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탈북자 “한국서 살기 싫다” 왜곡보도

한겨레 신문이 탈북자 교육기관 <하나원>이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 ‘하나원 퇴소자 조사 결과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3-7월에 퇴소한 탈북자 275명 가운데 44%인 122명이 ‘한국서 살기 싫다’고 보도한 내용은 본지 취재 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는 22일 정 의원이 ‘탈북자 40%, “한국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별 다른 확인 절차 없이 한술 더 떠 “하나원 퇴소 새터민들 44%, 한국서 살기 싫다”는 제목으로 인용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 원인을 탈북자 정착을 돕는 교육 기관인 하나원의 ‘폐쇄형 교육 탓’이라고 분석한 정 의원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그러나 설문지 문안을 만든 관계자와 설문에 참여한 탈북자들은 이 보도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측이 제시한 퇴소조사 결과 보고서는 하나원이 2005년 3월부터 7월까지 하나원 66, 68, 69, 70기 총 275명을 대상으로 작성된 것이 맞다.

탈북자를 두 번 죽이는 사실왜곡

그러나 문제가 된 설문의 질문 내용은 한국이 싫어서 떠나겠는지를 묻는 질문이 아니었다.

질문 내용을 보면, ‘제 3국으로 갈 수 있다면 희망하는 나라는 어딥니까?’가 전부다. 이 질문은 한국 사회를 전혀 경험하지 않은 탈북자들에게 북한이나 제 3국 체류시절부터 하나원 퇴소시까지 가장 살고 싶은 나라가 어디인지를 묻는 질문에 불과하다. 즉, 단순 선호 국가에 대한 질문인 것이다.

설문지 문안 작성에 참여한 관계자는 “당시 그 질문의 요지는 탈북자들이 평소 어떤 나라를 선호하고 있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겨레는 설문 조사 결과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정문헌 의원의 발표를 별 다른 확인 절차 없이 그대로 기사화 했다”고 꼬집었다.

당시 설문에 응했던 한 탈북자는 자신이 설문 답변으로 미국을 선택했다면서, “미국의 북한 인권법을 보면서 살기 좋은 나라로 보였다”며 선택 이유를 밝혔다.

질문 의도 파악하지 못해, 결과에 대한 분석도 과장돼

그는 “질문 내용에 ‘한국에서 살기 싫다면…’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면 모르겠지만 단순히 ‘제3국으로 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냐’라는 내용에 불과했다”면서 신문 보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애초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분석도 과장된 것이다.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측은 44%의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살기 싫은 이유를 하나원의 ‘폐쇄형 교육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폐쇄적 교육방식 때문에 한국을 떠나고 싶었다는 정 의원측의 분석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목숨을 걸고 그토록 밟고 싶었던 한국 땅을 제대로 밟아보지도 않고 떠나고 싶다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냐 있겠냐는 것이다.

하나원측도 한국 사회에서 살아보지도 않은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살기 싫다’라는 답변이 나올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북한이탈주민후원회> 관계자는 탈북자들이 하나원을 나오기도 전에 ‘한국서 살기 싫다’라고 답변했다는 보도에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탈북자 동지회> 김성민 회장은 이번 보도와 관련,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하나원에 있는 탈북자들은 하나같이 한국 사회로 빨리 나가서 적응하기를 바라는데 살아보지도 않고 반수에 가까운 탈북자들이 살기 싫다고 응답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