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史 ‘北인권’으로 새로 쓴다

▲ 2일 열린 ‘북한인권전진대회’ ⓒ데일리NK

지난 2일 오후 전주 전북대학교 ‘최명희 홀’에 모인 300여명의 대학생들은 한국 학생운동 새로운 전환을 선언했다.

개최지인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들은 대형 스크린에 등장한 북한의 공개처형 동영상을 숨죽여 지켜봤다. 탕!탕!탕! 죄수의 몸에 박히는 총탄 소리에 행사에 참석한 대학생들의 몸에도 작은 떨림이 발견됐다.

다시 조명이 켜지자 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북한인권운동 노래 ‘유리병’을 열창했다. 이어 두 손을 움켜진 학생들은 ‘청년의 열정으로 북한 주민들을 구해내자’고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김정일 정권 타도하자’는 구호도 이어졌다.

이 행사는 ‘북한민주화운동’을 새로운 학생운동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나선 전국의 대학생 핵심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대를 모색한 ‘북한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대학생 전진대회’였다.

이들은 “북한 민중의 고통과 불행의 근본 원인은 김정일 정권에 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과 함께 손 잡고 反김정일 투쟁, 북한의 인권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反美’ 일변도 ‘수구 학생운동’에 반기들어

그동안 우리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시위 등에 참가했던 대학생들을 소위 ‘운동권’이라고 불러왔다. 폭력과 증오, 분노가 휩쓸고 간 평택 시위 현장에서 ‘운동권’ 대학생들은 죽봉으로 무장하고 ‘반미’를 외쳤다. 한총련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대학가 친북세력들이 주류를 차지해온 것이 한국 학생운동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反김정일 투쟁’과 ‘反美 투쟁’.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돼온 반미투쟁에 도전장을 내민 반김정일 투쟁이라는 구호가 신선하다. 이 두 그룹이 출발점부터 다르다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해 보인다.

반미투쟁이 더 이상 이 시대의 진보적 가치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평택사태에서 보이는 것처럼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는 반미투쟁에 대해 국민들과 대학생들은 무관심을 넘어 혐오의 대상으로까지 여기고 있다.

▲ 5월 한 달간 전국 대학에서 펼쳐졌던 북한인권개선 활동 ⓒ데일리NK

‘반미’ 일변도인 대학가의 풍토에 ‘북한민주화운동’ 구호를 전면에 내건 것 만으로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과거 한국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대학생들이 이제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나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아직 대학의 운동의 현실은 1980년대가 심어놓은 이념의 뿌리에서 한치 앞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친북반미 구호가 더욱 원색적으로 난무하고 있다.

아직은 소수일 수 밖에 없지만…

대학가에서 북한인권운동이 이제 걸음마를 땠지만, 넘어야 할 산은 너무도 험난하다.

미국 교포 2세들로 구성된 LiNK(Liberty in North Korea) 회원 30여명이 5월 한 달간 한국을 방문해 서울 지역 대학과 광화문 등지에서 북한인권 캠페인을 펼쳤지만 한국 대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들은 “사람 하나 살지 않는 독도와 월드컵 축구 경기에는 광기에 가까운 열정을 불살랐던 한국 국민들이 지척에서 죽어가는 동포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무관심할 수 있냐”며 고개를 흔들었다고 한다. 한국의 대학가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척박하다.

그러나 이날 행사장에는 젊은이 다운 기개와 열정이 쏟아졌다. 전진대회를 주최한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 김익환 대표는 불과 1~2년 사이에 대학가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며 희망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희망이 있는 고통은 아릅답다고 했다.

학생연대가 5월 한 달간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지역 대학들을 돌며 개최한 강연회에는 매회마다 50여명의 학생들이 꾸준히 참가했었다. 비록 지금은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해마다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하는 김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각 대학에서 열렸던 크고 작은 북한인권심포지엄과 홍보활동만 50여 회가 넘는다. 처음에는 썰렁한 빈 자리를 메꾸기 바빴던 북한인권강좌에도 이제는 홍보물을 보고 관심 있어서 찾아왔다는 학생들의 발길이 하나 둘씩 이어지고 있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의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대다수의 학생운동 그룹에서도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다르지만 그 심각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또 어느 대학 설문조사에서는 우리나라가 유엔인권위 북한인권결의안 투표에 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수 이상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에는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적 관심의 증가와 국내 시민단체들의 노력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대학생들의 작지만 소중한 땀방울이 그 밑거름이 되었으리라고 생각된다.

2006년 5월 대학가에 울려 퍼졌던 북한인권에 대한 작지만 강한 목소리가 이후 한국학생운동의 대전환을 알리는 서곡이 될 것으로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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