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방북설 신빙성 있나

일본의 주간 아사히지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의 내달 방북설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아사히지는 최근호에서 하토야마 총리가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음달 상순이나 중순께 북한을 방문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18일 현재까지 이 보도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반응이 없고 주요 일간지와 방송 등 주류 언론도 이를 다루지 않고 있다.


일본 민주당이 8.30 총선에서 승리하고 9월 16일 하토야마 총리가 취임한 이후 일본과 북한간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발표나 보도는 없었다.


하토야마 총리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핵개발을 포기하고 민간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한 관계정상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자세를 밝혀왔다.


그러나 이는 겉모습일 뿐 상황에 따라 일본과 북한이 전격적인 직접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있다. 일본과 북한이 서로 대화가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정부는 선거 공약으로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내걸고 총리를 본부장으로 관방장관과 외상, 납치문제담당상 등 4명의 각료가 이끄는 납치문제대책본부를 설치하는 등 범정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로서는 자신이 납치문제대책본부의 본부장이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그동안 한국과 미국, 중국은 물론 유엔의 반기문 사무총장에게까지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도와줄 것을 요청해왔으나 성과가 없자 직접 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어 왔다.


미국이 6자 회담 진전을 위해 북한과 직접 협의에 나서고 있고 한국 역시 기회있을 때마다 대화를 제안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직접 대화채널이 끊긴 상태다.


따라서 미국이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보내 북한에 억류돼있던 자국 여기자 2명을 데리고 왔듯 일본도 남의 힘을 빌릴 것이 아니라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대북 자세 변화가 감지된 것은 최근이다. 일본 정계의 최고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은 지난 12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면담한 자리에서 “납치문제 해결에 구애받지 않고 북일 관계 개선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자와 간사장 측은 한국 언론에 이 사실이 보도되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는 물밑으로 일본 정부와 민주당이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토야마 총리가 내건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의 이니셔티브를 잡기 위해서도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우애’를 모토로 한 동아시아공동체 논의에서 일본의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 지난 6월의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후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과거 한국의 진보 정권때는 직간접 도움을 많이 받았으나 핵 포기를 지원의 전제로 내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여의치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납치자 문제를 고리로 일본과 대화에 나설 경우 북한으로서는 잃을 게 별로 없다. 잘하면 일본과의 협상을 통해 경제적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일본에서 돌연 행방불명된 19명중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2002년 9월과 2004년 5월 두차례 방북을 통해 귀국시킨 사람을 제외한 12명도 소재파악과 귀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인정하지 않아 왔다.


일본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한다면 창구는 오자와 민주당 간사장과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자와 간사장은 북한에 영향력이 있는 중국 실력자들과 친분을 트고 있고 정부 각료들에 비해 운신이 편하다.


오자와 간사장은 다음 달 당 간부들과 100여명 이상의 의원들을 대거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과 회담할 예정이어서 납치자 문제해결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오자와 간사장은 최근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 밀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도쿄에서 열린 ‘중일 교류협의기구’ 회의에 중국 쪽 대표로 참석한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오는 19일에는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일본을 방문하고 다음 달에는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는 시진핑 부주석이 일본을 찾을 예정이다.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다음달 초 북한을 방문한다.일본이 줄곧 미국 정부에 납치자문제 협조를 요청했기 때문에 보즈워스와 북한간 협상에서 납치자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저런 외교 일정을 감안할 때 12월이 일본과 북한간 대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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