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을 뜨겁게 달군 축구 남북대결

지난 5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에서는 중국 프로축구사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이날 하얼빈에서 열린 중국 프로축구 갑급(甲級)리그(2부리그) 하얼빈 이텅(毅騰)팀과 옌볜(延邊)팀 간의 경기에 남과 북의 전.현직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거 참가해 혈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하얼빈 이텅팀에서는 K리그에서 활약하다 중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왕정현 선수와 진순진 선수 등 두 명의 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선발로 출전했다. 이텅팀 감독 역시 전북 현대를 이끌었던 조윤환 감독이 맡고 있다.

이에 맞서 옌볜팀에서는 김영준, 김성철, 서혁철, 김명철 등 북한의 현역 국가대표 선수 4명이 출전했다.

이날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것은 북한의 국가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았던 옌볜팀의 김영준 선수. 전반전이 끝날 무렵 그가 상대팀 선수의 실수를 틈타 선제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1분 뒤 이텅팀의 왕정현 선수가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놓았다.

양팀은 후반전에 들어서도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지만 후반전 중반 왕정현 선수가 동료 선수의 코너킥을 받아 추가골을 기록하면서 이텅팀으로 승부가 기울기 시작했다.

계속된 양팀의 화끈한 공방은 결국 선수들 간 충돌을 불러 왔고 결국 옌볜팀의 김영준 선수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전열을 정비한 옌볜팀은 대반격에 나서 후반전 인저리타임에서 연속 2골을 뽑아내며 경기를 극적인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결승골의 주인공은 북한의 국가대표 서혁철 선수였다. 옌볜팀은 이날 경기에서 올 시즌 첫 승리를 올리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북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주축이 된 옌볜팀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텅팀도 수확이 적지 않았다. 왕정현 선수는 탁월한 골감각을 발휘, 이날 2골을 추가하면서 갑급리그 득점 1위로 올라 섰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도 “한국과 조선(북한)의 선수가 한 경기장에서 나란히 골을 기록한 것은 중국 축구계 역사에서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경기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선양=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