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마스 “국민국가 대체할 ‘세계적 內政’ 필요”

▲ 위르겐 하버마스 프랑크푸르트대 명예교수 ⓒ동아일보

위르겐 하버마스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명예교수는 “‘국민국가를 넘어선 통치’를 가능하게 하는 국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구 생태와 세계 경제의 문제에 대한 일종의 ‘세계적 내정(內政)’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하버마스 교수는 뮌헨 근처 슈타른베르크에 있는 자신의 자택에서 진행된 서울대 한상진 교수와의 대담에서 “현대사회는 ‘자본과 시장’‘정치권력과 조직’ 그리고 ‘가치 ‧ 규범 ‧ 소통을 통한 연대’로 운영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2일 동아일보는 전했다.

하버마스 교수는 이어 “국가는 이제 공공 서비스, 사회복지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만한 자원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세 가지 권력 사이에 다시 적절한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가치관과 재결합된 민주주의 정치가 시장의 뒤를 쫓아 성장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보’의 의미에 대해 “민주주의적 법치국가에서 국민 주권과 인권을 제도화 하는 것”이라며 “적극적 시민사회, 기능을 다하는 공론장(公論場) 그리고 자유주의적 정치화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기 결정과 자기 실현의 에토스, 만민 존중의 도덕, 종교적 자유, 남녀 평등, 학문과 연구의 자율성 같은 가치 지향은 18세기부터 유럽에서 지속적으로 관철돼 왔다”며 “이런 것이 오늘 날에도 정의롭지 못한 사회관계, 사회 병리, 전쟁 범죄, 인종 학살 등에 대한 비판의 척도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국제 안정과 세계 차원의 인권 실현 위해 애써야 “

세계 도처에서 분출되고 있는 갈등에 대해 “민주주의는 무엇보다 자유로운 정치문화를 전제로 한다”면서 “정치적 반대파를 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종교적 소수파와 외국인에게 관용을 베풀며, 애국주의가 다른 민족에 대한 멸시로 변질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시민의 에티켓을 공유하는 시민사회의 존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익과 직결된 정치적 목표를 근시안적으로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물론 정치투쟁은 권력과 이익을 위한 투쟁이지만 민주적 입헌국가의 위대한 성과는 정치적 공론장을 통해 이 투쟁을 여과해 모든 정파와 주장이 공개적인 정당화 과정을 밟는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버마스 교수는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해 “내가 바라는 것은 미국이 제 1,2차 세계대전 이후 윌슨과 루즈벨트 대통령이 모범적으로 수행했던 세계정치 역할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미국은 유엔 개혁의 정점에 서서 세계 정치질서의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아무런 이중 잣대 없이 국제 안정과 세계 차원의 인권 실현을 위해 애써야 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독일의 철학자 겸 사회학자인 위르겐 하버마스(77) 프랑크푸르트학파 속에서 성장하여 「공공성의 구조전환」(1962)으로 하이델베르크대학교 교수가 됐다. 1971년 이후 과학기술에 의하여 각인(刻印)된, 현대문명세계에서의 인간의 생생한 체험의 여러 조건을 연구하는 막스프랑크연구소 교수로 임명된 후로는 저술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2005년엔 노르웨이 홀베어 기념재단이 수여하는 홀베어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공론장의 구조변동』『이데올로기로서의 기술과 과학』『사적(史的) 유물론의 재건을 위하여』『의사소통 행위론』등이 있다.

박영천 기자 pyc@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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