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을 보낸 탈북여성 통해 그들의 현실에 눈뜨고…”

“그자(탈북자)들을 잡아다 지방 당국에 넘겨주기만 하면 돈을 챙길 수 있단 말이지. 한 사람당 200위안씩, 남자든 여자든 어린애든 상관없이, 그자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니까 먹을 것을 조금만 주면 어디든 따라온다고. 길 잃은 고양이처럼….”

탈북자들이 중국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어가려고 시도하던 과정에서 북한 국경수비대의 총격을 받은 수십구의 시체가 발견됐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전해진 가운데, 중국 심마니의 시선으로 바라 본 국경지대의 탈북 실태를 다룬 소설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다시 그 강가에 서다’(소수출판사·제프 탈라리고 지음)는 현재도 중국으로 탈북이 감행되는 곳인 두만강 유역과 옌벤 지역을 배경으로 조선족 심마니 3세가 탈북자들을 접하면서 느끼는 감정 변화를 통해 탈북자들의 애환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1990년대 초반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자발리야 난민촌에서 3년을 보낸 이후 난민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그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극히 적었던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소설 주제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많은 자료를 뒤지고, 직접 중국 땅을 밟고,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며 이 소설을 썼다. 한국과는 아무 연고가 없는 작가가 쓴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서적인 공감대를 만들어낸다.

소설의 주인공인 조선족 심마니는 타인과의 고립된 삶을 살아간다. 또한 두만강 가까이 살면서도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북한 사람들의 처지에도 무심해 강을 건너 온 탈북자 두 명을 중국 공안에 넘겨버리기까지 했다.

옌지(延吉)의 윤락업소에서 한 탈북여성과 하룻밤을 보내면서부터 조금씩 탈북자들의 아픔에 눈을 뜨게 된다. 나중에는 강을 건너는 아이를 죽인 북한 병사를 향해 돌팔매질을 할 정도로 그들에게 인간적인 애정을 갖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기껏 돌팔매질에 그친다는 점에 실망한다. 이후 탈북자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밭 한 귀퉁이를 내어주고 탈북한 북한 병사를 목숨을 걸고 숨겨주는 인간미를 발휘하는 사람으로 변모한다.

작가는 서문에서 “생사를 걸고 강을 건너는 참혹한 여로와 천신만고 끝에 남한에 발을 들인 북한 사람들이 이를 읽으며 자기들의 용기와 생을 향한 갈망을 정확히 그려냈다고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 일간지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이 작품에 대해 “끔찍한 실제 사건(대량 탈북 사건)을 토대로 탄생된 아름답고 감성적이며 잊히지 않을 작품으로, 비인간적인 압제의 중심에서 발견되는 절박한 인간애에 대한 이야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