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탈북자들의 국내 정착 교육시설로 1999년 7월 설립된 하나원(원장 이충원)이 이번달 8돌을 맞았다. 다음달이면 100기 졸업생을 배출한다.
지난 2000년 이후 국내 입국 탈북자들의 숫자가 급증하면서 매년 교육생이 2배 이상 증가했다. 2002년부터는 매년 1000명 이상의 탈북자들이 입소했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2019명의 탈북자들이 교육을 받았다.
올해는 7월 현재까지 벌써 1389명의 교육생이 입소했으며 1218명이 수료했다. 현재 하나원에는 98기, 99기, 100기 등 469명이 입소한 상태고 다음달 23일 하나원 100기가 퇴소하게 된다.
통일부는 국내 입국하는 탈북자들이 급증하자 매년 예산을 증액해 시설을 확충하고 교육프로그램 다양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오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 국내 유입 역사와 규모 확대에 비해 하나원 교육 수준은 잰걸음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예산으로는 북한 급변사태시 대량으로 유입되는 탈북자들의 교육, 정착을 준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적 계획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또한 취업 교육 및 현장 체험 학습을 강화하고 있지만 탈북자들의 실질적인 취업 및 적응을 돕는 데는 아직까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北 급변사태 대비한 탈북자 교육시설 준비 필요 = 국내 입국하는 탈북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하나원은 2002년 증축 공사를 시작해 2003년 10월에 300명 수용 규모의 탈북자 사회적응교육 시설로 거듭났다.
통일부는 2006년 3월 15일부터 시흥 농민새마을교육원에 성인남성 대상으로 분원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통일부는 하나원 분원 운영이 탈북자 교육의 이원화 및 비효율성이라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고 판단, 2008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나원 2차 증축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가 완료되면 하나원은 한꺼번에 600여명의 탈북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확충된다. 연인원 3,600여명에 대한 교육훈련이 가능하다.
하나원 관리 조직도 최초 26명 소수 인원으로 출발했으나 2005년 직제 개편을 통해 교육기획팀, 교육훈련1팀, 교육훈련2팀, 관리후생팀 등 총 4개 팀 직원 55명으로 조직이 확대됐다.
통일부가 추가 예산을 들여 탈북자 수용규모를 늘리고 있지만 계속해서 탈북자들이 급증하고 있어 하나원과 같은 시설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급변사태 시 북한 주민들이 대량 입국할 경우를 대비한 준비가 전무한 상태여서 중장기적인 계획 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장기적 계획에 따른 예산 확보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향후 북한의 급변 사태시 탈북자들이 대량 입국할 경우를 대비한 중장기적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탈북자들의 국내 입국 숫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지원과 교육 등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탈북자 정책 수립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안효덕 북한이탈주민후원회 대외협력부장은 “현재 중앙정부가 탈북자들의 지원, 적응 교육 등을 전적으로 맡아서 하기 어려운 조건에 있다”면서 “향후 탈북자들이 더욱 늘어나게 되면 지방자치단체들의 도움 없이 탈북자들에 대한 교육 및 지원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나원 시설 및 교육 과정에 대한 탈북자들과 전문가들의 지적 |
▲ 하나원 교육과 연동되는 사회적 교육 제도화 ▲ 하나원 교육기간, 입소인원과 관계없이 일정하게 유지해야 ▲ 북한의 급변사태를 준비한 중장기적 계획마련 필요 ▲ 탈북자 지원 및 교육에 지방자치단체 참여 유도 ▲ 실질적인 탈북자 돕기위해 하나원 교육기간 늘려야 |
▲“하나원 교육으로 사회적응 어렵다?” = 하나원은 국내 입국한 탈북자들의 효과적인 사회적응을 위해 자립∙자활 프로그램을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하나원 교육이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12주라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말한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수십년동안 살다가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하나원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하나원 과정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교육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사회적응과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 내부와 탈북 과정에서 겪게된 공포와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한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먼저 치료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충남대학교 간호학과 김현리 교수가 지난달 탈북자 1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우울 상태가 36.7%, 경증 우울 30.6%로 조사돼 탈북자 10명 중 7명은 우울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제 3국에서의 체류 기간 등 입국하기까지 탈북자들은 정신적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받을 뿐만아니라 남한 입국 뒤 겪게 되는 사회적·환경적 변화와 체제 적응도 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밝혔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취업에 성공한 탈북자는 전체 4%에 그쳤다. 지난해 6월까지 입국한 7천700명의 탈북자들 중 310명만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다.
경찰청이 탈북자 신변보호담당관으로 위촉한 김태석(법학박사) 씨는 올초 영통포럼(회장 김무원)이 주최한 ‘탈북자 1만명 시대 국민토론회’에서 “탈북자 중 15% 가량만이 북한에서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졌음에도, 이들에게 3개월간의 하나원 교육을 마친 뒤 마땅한 직업교육도 없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라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도 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하나원 교육이 급증하는 탈북자들의 상황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화를 해와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하나원 교육기간만으로 탈북자들의 개별 특성을 반영한 교육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하나원을 방문했을 때 탈북자들이 교육을 수료하기에도 힘들 정도로 기간이 짧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탈북자들이 기대치를 높게 잡는 부분도 있지만 짧은 교육기간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취업에 도움을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나원 교육과 연동되는 사회적 교육을 제도화 시켜야만 탈북자들의 사회적응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다”며 민관이 하나된 탈북자 지원시스템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
▲개원 이후 4차례 교육기간 조정…현재 8주 = 탈북자들의 입소 인원에 따라 교육기간이 둘쑥날쑥 한 점도 문제다. 하나원은 그동안 입소한 탈북자들이 많을 경우 교육 기간을 임의로 단축했다.
1999년 당시 하나원 개원부터는 교육 기간을 3개월로 운영하다가, 교육생의 급격한 증가로 2001년 6월부터 2개월로 단축 운영했다. 이후 2004년 10월부터 교육기간을 3개월로 환원하여 운영해오다가 작년 9월 12일 10주로 단축했다.
이러한 하나원 교육기간 조정에 대해 탈북자들의 국내정착에 불편을 주고, 관련 단체, 언론으로부터 교육기간을 행정적 편의에 따라 결정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해명자료에서 “하나원 교육기간이 관련 전문가,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수렴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행정적인 내부절차만 거쳐 조정됐다”며 “향후 교육기간 조정 등 주요정책 결정시 관련 전문가와 단체, 정책수요 및 효과, 관련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통일부의 이런 방침에도 불구하고 올 5월 16일부터 교육기간이 2주가 더 줄어 8주로 단축됐다. 하나원 관계자는 탈북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종전 12주에서 한달이나 단축된 8주 교육이 탈북자들의 사회적응을 돕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91기인 김정수(가명)씨는 “사회적응은 탈북자 본인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하나원 교육만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서 “하나원 교육은 말그대로 기초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향후 정부가 보다 많은 예산 등을 투여해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 부장은 “탈북자들이 많이 입소할 경우 하나원 교육시설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교육기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2008년 하나원 증축이 완공되면 안정적으로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