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브룩스 “2·13합의는 北 모럴해저드 불러”

▲피터 브룩스 미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소장 ⓒ데일리NK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역임한 피터 브룩스 미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소장은 “미북 관계정상화를 위해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터 브룩스 소장은 7일 서울국제포럼(이사장 이홍구)이 주최하는 ‘북한 핵문제와 한미관계’ 주제의 초청강연에서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이 있었지만 평양과 워싱턴 관계에는 걸림돌이 많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은 영변 핵시설 뿐 아니라 HEU(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포함해 모든 핵 프로그램을 CVID 방식으로 폐기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북미 관계는 정상화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나는 북한이 더 많은 핵을 개발하기 위한 계획을 분명히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NPT(핵확산방지조약)의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북한에 대한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굉장히 많은 합의가 이뤄졌었음을 유념해야 한다”며 “미국의 많은 비평가들은 2·13 합의로 북한이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에 빠지거나 이런 습관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13 회담이 북한과 이란에 대해 핵 프로그램을 확산하고 핵실험을 더 많이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구실을 제공할 수도 있다”며 “미국 정부도 이런 우려와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갑자기 유연해진 것은 북한 핵실험 이후 있었던 여러 가지 변화 때문임을 간과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각 단계마다 북한이 실제 비핵화 의도가 있는지 테스트하게 될텐데, 이(북한이 비핵화 의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자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합의 이행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겠지만 핵이 체제 생존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북한은 결코 쉽게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에는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참석해 “2·13합의에는 북한이 갖고 있는 모든 핵을 폐기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고, ‘불능화’라는 용어도 애매모호하다”며 미국 정책에 대해 불만과 함께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피터 브룩스 소장은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서 공화당의 동아시아담당 수석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부시 행정부에서는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역임했다. 현재는 미 헤리티지재단 정주영 펠로우 겸 아시아연구소 소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