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벡 “남북관계 경색 한국 탓 돌리면 큰 실수”







▲피터 벡 아시아재단 신임 대표./데일리NK

미국 아시아재단(The Asia Foundation) 한국지부 피터 벡(Peter Beck) 대표는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은 북한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벡 대표는 12일 데일리NK와 가진 인터뷰에서 “남북관계 경색에 대해 일각에서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다른 인물이 대통령이 됐어도 지금처럼 어려운 문제에 당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내부 결속을 위해 도발 행위를 저질러 왔다”며 “그들이 더 이상 도발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김정은의 불안한 리더십 때문에 또다시 도발을 저지를까 두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면 한국정부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의 강경 조치로 붕괴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북한은 잘 인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벡 대표는 북한의 도발이나 불안정성은 개혁·개방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서기 위해서는 간부들과 주민들의 의식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 이를 위한 대북 교류 및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는 “아시아 재단의 목표는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갈 수 있도록 고무시키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향후 개혁·개방만 하면 우리 재단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서적 등을 보내고 있다”면서 “물론 북한 당국의 검열로 자유로운 내용을 보낼 수 없지만 이를 통한 주민들의 외부 사회에 대한 간접 체험은 의미가 적지 않다”고 피력했다.


아시아재단은 매년 1만여 권의 서적을 북한의 김일성종합대학과 인민대학습당, 평양과학기술대학에 보내고 있다.


벡 대표는 “북한 사람들에게 서양 최신 정보를 접하도록 미국의 과학·기술·영어·문학·비즈니스와 관련된 책을 들여보내고 있다”면서 “북한 정부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책을 들여보내고 있고 민주주의와 관련된 책은 아직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간부들이 미국에서 민간차원의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벡 대표는 올해 상반기 평양방문을 희망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보다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아시아재단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기 위해서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변화를 위해 대북사업을 더욱 확장하고 싶지만 현재는 북한 주민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한지 정확한 파악을 못 한 상태”라고 말했다.


아시아재단 한국 지부는 195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부와 함께 설립된 이후 한국의 전후복구 사업을 지원해왔다. 아시아재단은 워싱턴 D.C. 지부 및 아시아 18개 국가 지부를 통해 개발지원을 비롯해 정책운영·법률·여성권익·경제제도 개선활동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재단은 80년대 이후 한국이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하면서 북한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폐쇄된 북한이 경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선 개혁·개방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이를 목적으로 대북지원·교류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인도·태국·말레이시아·중국·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비해 대북 프로그램은 예산·규모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고 한다. 이는 북한 특유의 ‘폐쇄성’ ‘호전성’이 지원·교류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벡 대표는 “아시아재단은 개발도상국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좀 더 나은 정부를 세우기 위한 교류와 협력, 지원 프로그램을 벌이고 있다”면서 “한국지부의 신임 대표로서 이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북한에 투입시키는 것이 희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