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호 수용소 간부들은 사람을 죽이는 데는 아마 선수일 것이다.…(생략) 내 친구였던 정선화 부부도 총살됐다. 먹을 것이 없어 처자식이 굶주리자 남편 김창렬은 영등갱 영등 병원(18호 수용소에 소재한 유일한 병원)에 몰래 들어가 물건을 훔쳤다.아이를 낳은 지 며칠 안 되는 정선화와 남편 김창렬은 안전부로 끌려가 두 손이 묶여 천장에 매달린 채 갖은 고문을 당했다. 이후 두 사람은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도망쳤는데, 불운하게도 다시 잡혀 총살을 당하게 된 것이다.”
김정일 체제 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강제노동, 구타, 감금, 성노예, 사형 등 무자비한 인권 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인권 절멸(絶滅)’의 공간이다.
지난 2월 캐나다 스티븐 하퍼 총리의 초청으로 정치범수용소의 실태를 증언해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던 탈북자 김혜숙 씨가 28년간의 북창 18호 정치범수용소 수감생활을 증언한 ‘눈물로 그린 수용소'(도서출판 시대정신)를 최근 출간했다. 김 씨는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중 정치범수용소 최장기 수감자다.
저자는 조부가 6·25전쟁 때 월남했다는 이유로 13살의 나이에 북창 18호 수용소로 끌려가게 됐다. 이후 28년간의 수감 생활동안 부모와 남편을 잃고 고된 노동과 굶주림 속에서 동생들과 두 아이를 키워내야 했다. 대홍수에 두 아이마저 잃은 김 씨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09년 한국에까지 입국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서문을 통해 “나는 북한의 김정일을 비롯한 간부들이 자신의 체제 유지를 위해 자행한 온갖 탄압과 실상을 고발하고 싶다”라면서 “피맺힌 상처에서 비롯된 나의 글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백분의 일이나마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책에는 그가 직접 그린 북창 18호 수용소 내부 지도가 포함돼 있다. 김 씨는 자신이 강제노동을 했던 한재갱 탄광과 공개처형이 이뤄졌던 장소, 그 밖의 수용소 내부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지도를 완성했다. 수감자들의 모습과 생활을 그린 그림도 실려있어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김 씨는 특히 오랜 수감생활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수용소 내 생활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김 씨는 1984년 모범 사로청원으로 뽑혀 당에 가입할 수 있었고, 당시 김일성의 ‘탄광기술자를 많이 키울 데 대한 방침’으로 전문학교에서 4년간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증언한다. 수용소 수감자도 당원이 될 수 있었다는 증언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밝혀진 것이다.
한국에서 아이들을 볼 때마다 대홍수 때 잃어버린 아이들이 생각난다는 김 씨는 책의 말미에 “그리운 내 딸, 아들아! 엄마는 그 고통의 나라에서 너희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고기 한 점 먹이지 못한 게 한이 되어 오늘도 눈물로 너희들을 그리워하는구나”며 전하지 못한 편지를 써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