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 퇴장 이후 쿠바의 선택

세계 최장기 집권자인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81) 국가 평의회 의장이 건강 악화로 집권 49 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났다. 북한과 더불어 마지막 남은 사회주의체제의 유물로 분류되는 쿠바는 1959년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무장혁명이후 카스트로의 독재통치가 지속되어왔다.

카스트로의 퇴진을 계기로 쿠바의 민주화에 대한 국제적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데, 당장은 난망해 보인다.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혁명초기부터 권력을 분점해온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76) 국방 장관이 정권승계를 하기 때문이다.

1994년 북한의 김일성이 사망했지만, 김일성과 이미 20여년 가까이 공동정권을 유지했던 김정일이 별 동요 없이 승계했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다만 라울 또한 고령이라서 사실상 카스트로체제는 막을 내리고 있다.

미국의 턱밑에 있는 쿠바의 카스트로체제가 장기간 유지되어 온 배경은 무엇일까? 쿠바는 소련 붕괴 이후 사회주의권 지원이 끊기자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한다. 그 결과 수도 아바나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고 수만명의 쿠바인들이 미국으로 망명했다.

쿠바정권은 주민들의 미국 망명을 방치했는데 역설적으로 이러한 조치가 체제의 완충제 역할을 하였다. 체제위협이 되는 반대세력들이 자진해서 쿠바를 떠나게 된 것이다. 한편 경제위기의 책임을 미국의 경제봉쇄에 떠넘기는 선전은 잔류해 있는 카스트로 지지 세력들을 반미로 결속시키는 작용도 하였다.

카스트로 형제는 50년 동안 독재통치를 펴왔지만 그 강도는 북한은 물론이고 소련의 스탈린체제나 중국의 문화혁명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한 자유의 틈새가 존재하였다. 예컨대 외국인들의 출입도 자유롭고, 미국망명에 대한 보복도 없으며, 민주화를 위한 공개적 서명운동이 가능할 정도이다. 이런 일정한 자유의 향유가 체제의 안정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다.

카스트로 체제가 김정일 체제만큼 극악하지 않다고 해서 긍정적 평가를 할 수는 없다. 미소대결 시대가 끝난 상황에서 반미노선의 관성에 집착하여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으며, 경제운영의 무능력이 절대적 한계에 와있기 때문이다. 쿠바의 새로운 진로 모색을 위해서는 카스트로 체제는 조속히 종식되어야 옳다.

지리적 인접성과 쿠바 망명객들로 인해 쿠바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남다르다. 미국 내에서도 북한의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북한에 비하면 자유세상에 속하는 쿠바나, 중국의 인권개선을 더 우위에 두는 현상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현재의 쿠바정도의 인권상황만 되더라도 상전벽해의 엄청난 진전이라는 사실을 세계인이 공유하길 기대한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