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늄도 합의…핵신고서 제출 `초읽기’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의 지난달 말 방북에서 북한이 영변 원자로의 가동 기록을 미국에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한을 4개월 이상 넘기며 6자회담 진전을 막아온 핵프로그램 신고 문제가 마침내 종착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원자로 가동기록은 북한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생산량을 ‘검증’할 수 있는 핵심자료로, 한.미 등은 북한의 성실한 핵신고를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 왔기 때문이다.

북.미가 지난달 초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한 데 이어 플루토늄과 관련한 쟁점도 해소함에 따라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북.미 간에 추가협의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그동안 포괄적으로 이뤄졌던 합의 사항을 문서로 옮기는 작업을 위한 것으로, 양측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2일 “충실한 영변 원자로 가동기록 제출 여부는 플루토늄 신고에 있어 최대 쟁점사항”이라며 “북측이 이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것은 핵신고에 있어 커다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미 작년 12월에 플루토늄 생산량이 적시된 신고서 사본을 미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에게 보여줬지만 힐 차관보는 ‘가동기록 등 생산량을 증명할 자료가 부족하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플루토늄 생산량이 30㎏이라는 북한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과 한국 등이 추정하고 있는 40∼50㎏과는 적잖은 차이가 있지만 가동기록을 면밀히 검토하면 차이가 생기는 이유를 파악할 수 있어 현 단계에서 문제를 삼을 이유는 없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북한이 ‘현실적 위협’인 플루토늄에 대한 검증이 가능할 정도의 가동기록을 제출하기로 하면서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으로 술렁이던 미 의회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효과도 예상된다.

북한은 실제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의 방북을 계기로 한 협상 등에서 ‘미국 정부가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 의회를 설득하려면 우리가 신고서에 어떤 내용을 더 담아야 하느냐’고 물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전날 “북측이 협조를 많이 해주는 상황이라서 미국은 조심스럽지만 현재로선 낙관적인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은 이번에 핵폭발장치(핵탄두)까지도 신고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플루토늄 생산량과 사용현황을 증빙자료와 함께 정확하게 제출하면 핵폭발장치 개수 등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한.미 등은 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전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요청은 핵물질과 핵시설, 핵폭발장치 등 핵에 관한 모든 게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것이 다 충족되어야 하느냐 여부는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연합